여자프로농구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MVP 박혜진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WKBL]
"얘들아, 너희도 공격 좀 해. 언니 힘들어"
팀 동료들을 향한 맏언니 임영희의 지친 목소리를 들은 위성우 감독은 충격을 받았다. "큰일났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중후반의 어느 날이었다.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은 임영희의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성우 감독은 "그 말을 듣고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당장은 임영희가 잘해주고 있지만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이 오면 상대 견제도 심해질 것이고 나중에 어쩌지 아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누군가는 임영희의 득점 부담을 나눠가져야 했다. 위성우 감독의 시선은 가드 박혜진에게 쏠렸다.
위성우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박혜진의 경기 장면이 담긴 영상 분석 자료를 상세하게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꼼꼼히 살펴봤다. 박혜진의 득점력이 크게 떨어져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먼저 우리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또 득점이 농구의 전부는 아니다. 박혜진은 득점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뛰어난 팀 공헌도를 보이고 있었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이 수비나 리바운드, 속공 가담 등 다른 플레이들을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미처 몰랐다. 슛 자세와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좋았던 모습이 완전히 포맷돼 있었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등 우리은행 코칭스태프는 그때부터 박혜진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자 곧바로 하드 트레이닝이 시작했다. 박혜진이 훈련을 하다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리는 날이 점점 더 많아졌다.
[사진 제공/WKBL]
박혜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지난 20일에 끝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평균 14.3점, 5.7리바운드, 2.7어시스트, 2.3스틸을 올리며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박혜진은 MVP 트로피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그 이유를 묻자 "가장 먼저 욕을 먹었던 생각이 컸다"고 답했다.
박혜진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위성우 감독님이 나한테만 매달렸다. 나만 영상을 따로 편집해 보여줬고 직접 1시간 동안 개인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도 슈팅 밸런스를 못 잡아서 힘들었다. 감독님께서는 더 잘하라고 다그치는데 안되니까 속상해서 체육관에서 운 적이 너무 많았다. MVP를 받고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땀과 눈물의 대가는 달콤했다.
위성우 감독은 "당시 박혜진의 평균 득점이 7~8점 정도였다. 박혜진 같은 선수가 평균 10점을 올리는 선수가 되지 못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조금씩 좋아지더니 정규리그 마지막에 10.1점이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MVP 우리은행의 박혜진 [사진 제공/W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