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신-아쉬운 활약' 오리온 김동욱(왼쪽)은 21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알토란 같은 공수 활약으로 팀의 반격을 이끈 가운데 KCC 김태술은 아직까지는 예전의 명성을 확인할 활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자료사진=KBL)
KCC와 오리온이 1승1패로 팽팽하게 맞선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전4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KCC가 가져갔지만 오리온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균형을 이뤘다.
일단 19일 1차전에서 KCC가 82-7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오리온이 21일 2차전에서 99-71, 대승으로 설욕하면서 전주 대회전을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2차전 오리온의 숨은 공신은 김동욱(35 · 194cm)이었다. 이날 김동욱은 27분여를 뛰면서 14점 5도움 4가로채기의 기록을 올렸다. 양 팀 최다 19점씩을 올린 이승현, 애런 헤인즈(10리바운드)와 18점 9도움으로 펄펄 난 가드 조 잭슨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는 수치다.
하지만 김동욱이 이날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191cm)을 전담 수비하면서 올린 기록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에밋은 1차전에서 양 팀 최다 25점(5리바운드 4도움)으로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2차전에서는 14점(7도움)에 그쳤다.
그만큼 김동욱이 에밋을 잘 막았다는 뜻이다. 에밋은 2차전에서 야투율이 31%에 머물렀다. 에밋은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 33.8점(7.8리바운드)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야투율은 54.8%였다.
▲김동욱 "PO는 궂은 일 하는 선수도 있어야"사실 김동욱은 1차전에서도 에밋을 나름 잘 막았다. 전반까지 리그 최고의 득점원 에밋을 7점으로 묶었다. 하지만 김동욱은 후반 체력이 떨어져 에밋에게 18점을 허용했다. 장재석 등과 번갈아 맡았지만 에밋을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김동욱은 에밋 저지에 성공했다. 물론 혼자의 힘은 아니었다. 헤인즈 등 동료들과 협력 수비를 통해 봉쇄했다. 그렇다 해도 에밋의 육중한 돌파와 화려한 기술을 1차적으로 저지한 게 김동욱이었다. 1차전의 학습 효과에 따라 최진수 등 다른 선수와 부담을 던 게 결실을 맺었다.
오리온 김동욱(왼쪽)이 KCC와 챔피언결정전 원정에서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의 돌파를 육탄방어하는 모습.(자료사진=KBL)
그러면서도 김동욱은 알토란 14점을 올렸다. 야투는 모두 3점슛으로만 채웠다. 5개를 던져 4개를 꽂은 고감도 3점포와 자유투 2개가 득점을 모두 이뤘다. 특히 김동욱은 흐름을 넘겨줄 뻔했던 2쿼터 2개의 3점포를 꽂아 리드를 지켰다. 추승균 KCC 감독이 경기 후 "김동욱 등 오리온에게 초반 3점슛을 많이 맞으면서 어렵게 경기를 했다"고 아쉬워 한 이유다.
경기 후 김동욱은 "사실 1차전 때 슛이 안 들어갔는데 패스를 할지 생각이 많았다"면서 "슛 감각은 좋았는데 머뭇거렸다"고 반성했다. 이어 "코치님들이 2차전에서는 생각하지 말고 쏘라고 하셔서 마음 먹고 던진 게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수비에 대해 "사실 PO는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하지만 궂은 일을 하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면서 "오리온에는 워낙 공격할 선수가 많아서 득점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코칭스태프가) 수비나 이런 부분에서 기여할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믿음에 보답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에밋에 대한 수비 성공을 묻자 김동욱은 "에밋 수비는 나 혼자 한 게 아니다"면서 "헤인즈 등 동료들이 도움 수비를 줘서 1선에서 막고 그 뒤 팀 수비가 잘 됐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어 "에밋은 양 쪽 돌파를 모두 잘 해서 뒤에 동료가 있는 쪽으로 열어준다"고 귀띔했다.
▲"김태술, 머뭇거리지 말고 자신있게 쏴줘야"이런 점에서 KCC에는 아쉬운 선수가 있다. 바로 가드 김태술(32 · 180cm)이다. KCC에서는 김동욱처럼 숨은 공신의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김태술이다.
김태술은 2007-08시즌 전체 1순위 신인. 데뷔 시즌 SK의 PO 진출을 이끌며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이후 군 입대를 마치고 이적한 인삼공사에서 2011-12시즌 챔프전 우승을 이끄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사실 2013-14시즌 뒤 김태술이 KCC로 트레이드됐을 때는 우승 청부사로 기대를 모았다. 거인 하승진과 슈터 김민구까지 KCC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김태술은 그 시즌 부상과 다소 미흡했던 팀 워크 등 악재 속에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고, 팀도 9위에 처졌다. 허재 감독이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김태술은 자신의 입지를 잃었다. 전태풍이 복귀한 데다 가드 역할까지 볼 수 있는 에밋이 가세하면서 김태술은 식스맨으로 밀렸다. 평균 4.5점은 데뷔 후 최저다. 도움은 지난 시즌과 같은 3.7개로 역시 개인 최저였다. 게임 리딩이 장기인 김태술에게 KCC는 잘 맞지 않는 듯싶었다.
KCC 김태술이 19일 오리온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상대 조 잭슨의 돌파를 저지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이런 상황에서 김태술의 현재 역할은 경기 중 분위기를 잡아줘야 할 벤치 멤버다. 특히 챔프전에서는 상대 핵심 전력인 가드 조 잭슨을 막고, 공격 때는 장신 동료들이 빼주는 패스를 받아 외곽포를 쏴줘야 할 역할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태술의 외곽슛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고 있다. 1차전에서 김태술은 21분여를 뛰면서 무득점에 그쳤다. 2점슛 2개와 3점슛 3개가 모두 빗나갔다. 추승균 감독이 "김태술은 수비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몸이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한두 개만 들어갔어도 쉽게 갔을 것"이라고 아쉬워 한 이유다.
2차전에서 김태술은 3점을 올렸다. 20분여를 뛰고 3점슛 1개가 들어갔지만 야투율은 20%에 머물렀고, 그나마 승부가 기운 3쿼터에 나왔다. 적극성이 문제다. 추 감독은 "태술이가 가드인 만큼 다른 동료들의 기회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래선지 쏴야 할 순간이 패스를 먼저 보면서 머뭇거리더라"고 입맛을 다셨다.
사실 KCC에서는 오리온 잭슨이 골칫덩이다. 빠르고 슛도 좋은 잭슨을 막기는 버겁다. 전태풍이 있지만 12살이나 많아 체력적으로 잭슨을 막기 쉽지 않다. 수비 스페셜리스트 신명호는 실전 3점슛이 떨어진다. 그래서 김태술의 활약이 필요한 것이다.
오리온 김동욱처럼 수비를 견고하게 해주면서 필요할 때 한방을 날려줄 자원이 KCC에서도 있어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특히 KCC는 정희재, 김태홍 등 식스맨들의 슛 감각이 떨어져 더욱 김태술의 외곽 활약이 절실하다.
더욱이 김태술은 이름값이나 연봉에서 식스맨급이 아닌 주전이다. 김동욱은 "슛이 안 들어가면 벤치에서 좀 쉬다가 나오면 된다"며 2차전 슛 호조의 비결을 밝혔다. 김태술도 이런 배짱이 필요하다.
경기의 화려한 이면에는 수비의 궂은 일을 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알토란 같은 한방을 터뜨리는 선수가 오리온에는 김동욱이었다. 과연 KCC에서 김태술이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3차전 이후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