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4일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는 완도∼제주 항로의 여객선 '한일블루나래호'를 점검했다. 한일블루나래호에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가 혹시라도 배에 문제가 생기면 절대 가만있지 말랬어요."
4일 완도발 제주행 한일블루나래호를 타고 수학여행에 나선 전북 정읍 태인고등학교 김민재 군 등 1학년 학생 50여명은 천진난만한 말투로 앞다퉈 부모의 당부 말을 전했다.
김수미 양은 "버스에서 내려 배에 타기 직전에 부모님과 통화했어요"라며 "만일의 사고가 나면 구명조끼를 잘 챙겨입으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태인고 학생들은 완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가고, 제주에서 돌아올 때는 여객기를 타고 광주공항으로 향한다.
완도∼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 수학여행단이 타는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한일고속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전에는 상반기에만 100여개 학교가 단체로 탑승했는데, 작년에는 딱 1팀이 있었고 올해는 현재 40여개 학교가 예약돼 있다"며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아 어려운 가운데 안전에 정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완도∼제주 항로에는 한일고속이 3척의 배를 투입해 하루 4차례 왕복한다.
2013년에는 여객 수가 53만2천명이었으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3만9천명으로 급감했고 작년에도 44만명에 머물렀다.
이날 한일블루나래호에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승선해 제주까지 함께 이동하면서 안전상황을 점검했다.
태인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200여명은 출항 전 화재 상황을 가정해 구명조끼를 입고 4개 비상탈출구로 집합하는 훈련을 하고, 해경과 함께 심폐소생술도 배웠다.
이 과정에서 비상탈출구 중 1개가 훈련 당시 열리지 않아 옥에 티로 남았다.
김 장관은 "구명조끼가 단순한 것도 있지만, 복잡한 것도 있어서 직접 입어봐야 비상시 당황하지 않는다"며 "크루즈선뿐만 아니라 여객선에서도 승객이 탑승할 때마다 비상훈련을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학생들이 단체로 배에 탄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배에서는 서로 얘기를 나누고, 게임도 할 수 있어서 여객기를 타는 것과는 재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해 그동안 여객선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며 "수학여행단 등 단체 여행객의 선박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신뢰가 자연히 쌓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미수습자 9명이 선내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성실히 사고 없이 잘하고 있다. 7월 중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양 후 선체 처리는 2년이나 해저에 있었기에 안전성 등 변수가 많다"며 "선박이 커서 통째로 장거리 이동은 어렵다고 보고, 필요하다면 진도·인천·안산에 일부 부품을 드릴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제주 도착 후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의 크루즈 출·입항 절차 및 항만보안 실태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