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사의 2016년 제1차 산별중앙교섭이 예정됐던 7일 서울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 금융노조 전국35개 지부 대표들은 전원 참석했지만, 맞은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자리는 텅 비어 있다.
이른바 성과주의 도입을 놓고 극심한 갈등 중인 금융권 노사가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2016년 제1차 산별중앙교섭을 벌이려 했지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금융산업노조는 김문호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 35개 지부 대표가 모두 교섭장에 나왔으나 사용자협의회 측은 단 한 사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7일 교섭이 노사 간에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가 사용자협의회 34개 회원사 대표 전원 참석, 특히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기업 대표까지 참석을 요구에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첫 산별교섭은 상견례를 겸해 노사 양측 대표자가 모두 참석하는 게 관례인데도 사용자협의회가 불참한 것은 교섭을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7개 금융공기업의 일방적인 사용자협의회 탈퇴는 사용자단체 명의로 산별교섭에 임하도록 한 단체협약을 거스르는 위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금융공기업들은 각 기관 개별 노조와 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섭권은 개별 사업장 지부가 아니라 금융노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공기업 지부 대표자들 역시 "사측의 사용자협의회 탈퇴 자체가 부당하고 불법적"이라며 사측의 개별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금융노조는 일주일 뒤인 "오는 14일 다시 교섭에 나설 것"이라며 사용자협의회의 교섭 참여를 촉구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사용자협의회가 계속 교섭을 거부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이달까지는 사용자협의회에 성실 교섭을 촉구하고 7개 금융공기업에 사용자협의회 탈퇴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가 금융위원회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이 지난달 29일 7개 금융공기업 임원들을 불러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지시한 건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기업이 알아서 결정한 것'이라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난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기업에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금융권 노사관계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손병두 국장을 '국가공무원의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