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맛은 도파민이 분비를 유도하는데
- 도파민은 쾌감을 주는 물질 아니야
- 도파민은 계속 먹으라고 신호주는 물질
- 음식선진국은 주식을 달게 먹진 않아
- 한국음식, 주식부터 간식까지 단맛의 연속
- 김치, 나물, 국.. 모두 감미료 들어가 문제
- 매실청도 결정적인 역할 했다고 봐야
- 단맛 많으면 음식으로 행복감 느끼기 어려워
- 이미 60년대에도 사카린이 크게 인기
- 전후 스트레스로 단맛 수요 늘어난 것 아닐까?
- 백종원의 인기,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 백종원의 레시피보다 방송이 더 문제
- 백종원 디스 아냐, 백종원은 훌륭한 사업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4월 28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 정관용> 이제부터 설탕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 중이죠. 우리 정부도 지난 7일 당류저감계획을 발표해서 말 그대로 요즘 화두가 단맛, 설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초대한 분은 최고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오래 전부터 대체로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지역일수록 음식이 달다. 이런 지적을 해 오신 분이라서 오늘 특별히 초대했습니다. 황교익 씨 어서 오십시오.
◆ 황교익>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단 것 안 좋은 거에요? 몸에 안 좋아요?
◆ 황교익> 몸에 안 좋은가 좋은가는 의사 여러분이 판단하실 문제고요. 저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지는 못한다.
◇ 정관용> 단 맛이.
◆ 황교익> 네, 그걸 내내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냥 단맛의 음식은 단맛의 음식들을 즐기는 방법이 있기는 해요.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이나 달디 단 것들 있죠. 그런데 한국에서의 문제는 거의 모든 음식이 달다라는 게 문제죠. 앞에 깔리는 음식들, 반찬들, 메인 메뉴들, 국. 밥 빼고 다 달아요. 밥도 좀 달긴 하죠.
◇ 정관용> 밥도 오래 씹으면 달잖아요.
◆ 황교익> 달죠.
◇ 정관용> 밥이 탄수화물이니까.
◆ 황교익>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오래 씹으면 당분으로 가는 것 아닌가요?
◆ 황교익> 그렇습니다. 당은 탄수화물의 한 형태라고 보면 되고요. 쌀, 보리, 감자, 옥수수, 기타 등등의 전분질의 음식 그것도 분해하면 당입니다. 그래서 당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나오시는 분들이 밥도 당인데 어떻게 설탕만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느냐. 다같이 당, 탄수화물로 보고 총량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도 얘기하죠. 그건 몸에 어떤 영양학적인 그런 설명이고요. 그 부분의 하나가 설명으로는 빠진 게 있어요. 인간이 음식은 먹을 때 영양의 부분만 몸에서 반응하는 게 아니라 맛에 따라서 뇌에서 반응하는 것이 다르거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황교익> 밥을 먹을 때 발생하는 뇌의 물질과 설탕을 먹었을 때의 뇌의 반응은 다르거든요.
◇ 정관용> 아.
◆ 황교익> 그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지적을 안 하고.
◇ 정관용> 밥은 단맛도 나중에 나지만 일단은 공복을 없애는 포만감을 바로 주고 이런 느낌이 우선일 것이고.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설탕은 그냥 바로 단맛 그거고.
◆ 황교익> 그렇죠. 설탕의 문제가 아니라 단맛을 내는 물질 전반에 대한 문제로 이렇게 봐야 합니다. 설탕이 아니라 그냥 단맛이 나는, 흔히 합성감미료라고 하는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이나 스테오비사이드 같은 이런 종류도 뇌에서는 단맛으로 인지하는 것은 설탕의 것과 똑같거든요. 도파민으로 분비가 됩니다. 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우리는 착각을 해요. 도파민은 기분 좋게 한다. 쾌감을 준다. 그렇지 않습니다. 쾌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아니고요.
◇ 정관용> 그래요?
◆ 황교익> 더 많이 먹어라. 이것을 계속 먹어라. 도파민을 분비하는 물질을 계속해서 먹게끔 하는, 욕구하게 하는, 갈구하게 하는.
◇ 정관용> 이른바 중독성 이런 것과 연결되는 거죠.
◆ 황교익> 그렇죠. 신경전달물질이에요. 그래서 단맛의 음식을 먹게 되면 더 먹게 되고, 더 먹게 되고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만족은 못 시켜요.
◇ 정관용> 그래요?
◆ 황교익> 만족을 못 시키니까.
◇ 정관용> 끝이 없어요?
◆ 황교익> 그렇죠. 허기만 지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단맛 자체에 이 도파민 분비물질이 있다?
◆ 황교익> 단맛으로 뇌가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가 되는 거죠.
◇ 정관용> 단맛이 뇌를 도파민 분비로 만든다.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그게 분비되면 단 걸 또 찾는다.
◆ 황교익> 그렇죠. 그것을 만족시키는 또 다른 그런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도파민만 계속 분비되게 하면 결국은 모든 음식을 그냥 계속 과식하게 만들고요. 결국은 과식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거죠. 음식이라는 것은 먹을 때의 즐거움과 먹고 난 다음에 포만감, 끊을 지점이 있죠. 적정한 선에서 내가 이제는 그만 먹어야겠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해야 하는데 단맛의 음식은 그렇게 하지 못 한다는 게.
◇ 정관용> 그러면 만족감이라는 척도에서 보면 단맛은 오히려 적이군요?
◆ 황교익> 그렇죠. 음식은 만족감을 얻어야만이 그만 먹게 되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황교익> 그런데 계속해서 단맛, 단맛 이렇게 되면 만족감을 못 느끼는 거죠. 그래서 보통의 외국에서의 요리법들을 보면 단맛을 쓰는 음식과 단맛을 쓰지 않는 음식들에 대해서 분별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보통의 음식에서는 단맛 쓰지 않습니다. 일상으로 끼니로 먹는 음식에서는 설탕은 거의 안 쓰죠.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서양식이라고 치면 고기, 빵 이런 데는 설탕이 없다.
◆ 황교익> 없죠. 안 넣습니다. 대신에 간식으로 먹는 중간에 에너지가 갑자기 많이 필요한 이런 것이 필요할 때 그리고 디저트로.
◇ 정관용> 디저트.
◆ 황교익> 그런 식으로 그냥 한 번에 단맛을 딱 한 번 즐기고 끊죠. 그런데 우리의 음식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 때 계속 단맛, 단맛, 단맛. 디저트로 끝나고 후식으로 먹는 것도 또 단맛. 간식으로 먹는 것도 단맛. 단맛, 단맛으로만 음식을 먹는 거죠.
◇ 정관용> 줄여서 말하면 그러니까 서양의 음식들은 메인 메뉴는 단 것이 아예 없고 디저트가 단 것 위주라만 우리는 메인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단 거다?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우리의 메인 식사가 뭡니까? 밥, 국, 나물, 김치. 이런 것들이에요, 예를 들면.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거기에 어떤 단, 설탕을 뿌리나요?
◆ 황교익> 많이 들어가 있어요. 김치 이야기하셨는데 김치에는 설탕이 안 들어가고요. 김치 가공공장에 가서 김치들을 보면 사카린 넣는 데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황교익> 김치에서 발효되기 이전에 약간 쓴맛이 나거든요. 그 쓴맛을 지우기 위해서 사카린을 넣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건 공장 얘기이고 집에서 담글 때는 설탕은 김치에는 안 넣지 않나요?
◆ 황교익> 김치, 설렁탕집 같은 데 이런 데 가서 깍두기나.
◇ 정관용> 깍두기 국물 부어서 먹고 그럽니다.
◆ 황교익> 거기에 사카린 많이 들어갑니다. (웃음) 많이 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주로 식당에서 하는 김치들에는 거기도 이미 들어있다?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아.
◆ 황교익> 나물도 저도 나물이 달아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 깜짝 놀랐어요. 몇 년 사이의 일인데. 원래 나물은 약간의 쓴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간장이나 된장으로 이렇게 주물러서 쓴맛을 없애나가죠. 그게 전통적인 조리방법인데 그것만 가지고는 좀 모자라니까 보통 MSG에 많이 기댔었죠. 그런데 MSG가 건강에 나쁘다는 말이 몇 년 사이에 크게 돌면서 'MSG 우리 안 넣습니다' 하는 그런 마케팅들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 그 쓴맛은 또 없애야 될 것 아니에요?
◇ 정관용> 무엇으로 없애요?
◆ 황교익> 설탕입니다. 나물도 달아졌어요.
◇ 정관용> 하긴 저도 생각해 보니까 집에서 나물할 때도 초고추장 같은 걸로 버무리는 것 있거든요. 초고추장 만들 때 설탕 넣더라고요.
◆ 황교익> 설탕 넣죠.
◇ 정관용> 매실청 같은 것 넣고.
◆ 황교익> 그 매실청도 굉장히 큰, 한국음식이 달아지는 데 어마어마한 기여를 한 거죠. 매실청이나 다른 무슨 청, 청 하는 것을 효소라는 이름으로 한때 부르면서 그게 건강에 좋다고 잘못된 정보들이 많이 돌았어요.
◇ 정관용> '설탕 넣으면 안 되고 매실청 넣어야 돼' 이랬단 말이에요. 그런데 같은 거군요. 물론 다른 맛도 있겠습니다마는.
◆ 황교익> 향은 좀 붙어 있죠. 그런데 그 매실청 담을 때 보면 매실과 동량의 설탕이 들어갑니다.
◇ 정관용> 결국은 설탕이군요.
◆ 황교익> 그렇죠. 매실향이 붙어 있는 설탕, 조금의 구연산도 있겠죠. 주 영양성분은 뭐냐 그러면 설탕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매실청을 넣으면 음식이 건강해질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떤 음식이든지 매실청을 넣습니다. 나물에도 넣고요. 볶음에도 넣고요. 탕에도 넣고요. 온갖 곳에 매실청을 다 넣죠. 매실청이 한국음식을 달아지게 하는 데 근래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됩니다.
◇ 정관용> 국에도 설탕이 있나요?
◆ 황교익> 국에도 넣습니다. 매운탕이나 이런 매운맛이 강한 것들. 이런 것에는 당이 들어가죠. 보통 매운 맛과 단맛은 같이 붙어 있습니다. 매운 것은 통각이고 아프니까 그냥 지속적으로 아픈 것을 또 계속 집어넣어도 뇌에서 기분 좋다고 생각되는 그 물질인 도파민도 분비돼요. 계속해서 먹게 만들죠.
◇ 정관용> 매운 것도.
◆ 황교익> 그런데 계속해서 먹게 만들려고 그러면 입에 통증이 워낙 심하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단 걸 넣어서.
◆ 황교익> 그렇죠. 속여야 하니까 단맛을 집어넣는 거죠. 그래서 떡볶이도 달고요. 닭강정도 달고요. 양념치킨도 달고요. 짬뽕도 달고요. 매운 음식들은 다 답니다. 그래서 한국음식에 달지 않은 게 없어요.
◇ 정관용> 따지고 보니 그러네요. 우선 주식인 밥 자체가 탄수화물이고. 딱 씹으면 그게 다 당이 되는 거고.
◆ 황교익> 이 문제가 당의 문제를 건강의 문제로, 그러니까 얼마만큼 몸에 탄수화물을 많이 넣으니까 그것을 금지해야 된다, 줄여야 한다.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일면만, 한 면만 보고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그렇지 않다라고 하는 반론들이 제기가 되죠. 단맛은 영양학적인 관점에서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그 단맛이 우리의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 정관용> 아까 말씀하셨습니다.
◆ 황교익> 조금 더 종합적인 그런 시각이 필요하죠. 그런 논의들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를 정치학에서도 사실 보면 그런 것들이 없어요. 그냥 설탕 줄이기 이것만 있어요. 대체감미료 개발. 다르게... 무슨 대체감미료 똑같아요.
◇ 정관용> 결국에는 같은 거다.
◆ 황교익> 같은 겁니다. 뇌에서 작동하는 것은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 보면 자꾸 더 중독되게 되고.
◆ 황교익> 그렇습니다.
◇ 정관용> 더 많이 먹게 되고, 결국은. 그러면 결국 건강이나 영양에도 안 좋게 되고. 그런 거군요.
◆ 황교익> 네, 맞습니다. 이 문제는 그냥 단지 음식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음식이라는 게 하루에 삼시세끼 먹는 것 외에 또 간식 먹고 하는 게 6, 7건 정도 이렇게 막 먹지 않습니까? 그 음식으로서 만족감을 느끼면 인생 전체가 좀 만족스럽게 행복감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음식이 계속 단맛, 단맛, 단맛 하게 되면 욕구만 만들어지고 만족감을 만들지 못하는, 좀 공허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우리 한국 사람은 모두가 지금 공허하군요.
◆ 황교익> 그렇죠. 지금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행복지수 꼴찌, 자살률 1위.
◇ 정관용> 그게 연결이 되는 거군요.
◆ 황교익> 그렇죠. 음식이라는 게 행복하자고 먹는 것인데 공허함만 만들어주는 그 음식만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 정관용> 잔뜩 먹고 또 디저트도 먹고 간식도 먹었는데 계속 공허하다.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자살률이 높아지는군요.
◆ 황교익> 저도 거기까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지역일수록 음식이 달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 황교익> 보통 음식의 재료, 음식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그 음식의 재료에 대해서 분별력을 가지고 그 재료의 맛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죠. 그런데 그 재료에 대한 분별력이 없으면 대체로 그냥 많이 먹게끔 만드는 단맛으로 범벅을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제가 보기에는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단맛으로 범벅되는 일들이….
◇ 정관용>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 음식이 많이 달아요?
◆ 황교익> 네. 그리고 또 스트레스가 심한 나라들. 이런 나라들 보면, 당 소비량들 이런 것 보면 상당히 높은 걸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유럽이나 이런 데들의 디저트 이런 건 그쪽이 훨씬 발달해 있잖아요.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케이크다, 젤리다 이런 것 다 거기에서 만들었잖아요. 초콜릿 같은 것도.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하지만 그건 디저트일 뿐이다?
◆ 황교익> 그렇죠. 한 번 먹는 거죠. 모든 음식을 달게 이렇게 먹지는 않죠.
◇ 정관용> 그런데 메인음식 쫙 먹고 나중에 단 거 딱 먹었어요. 단 게 또 먹고 싶어요. 그렇게 만들지는 않나요?
◆ 황교익> 보통 옆에 홍차나 커피나 이런 끊어주는 게 있죠. 보통 그런 쓰고 시고 한 그런 맛들이 식욕을 차단하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쓴맛 같은 경우가 식욕을 차단하는 데 굉장히 크게 효과가 있죠.
◇ 정관용> 디저트에 달콤한 초콜릿과 커피를 같이 먹는 이유가 또 그런 데 있군요.
◆ 황교익> 그렇다고 봐야죠.
◇ 정관용> 이런 게 문명이 발달한 나라니까.
◆ 황교익> 매사에 내가 음식이나 뭐든지 간에 내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좀 섬세하게 관찰하는 게 그게 문명이라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그러면 우리는 옛날부터 달았습니까?
◆ 황교익>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우리는 옛날에 문명이 발전했는데 요즘 퇴보한 거네요?
◆ 황교익> 음식으로 보자면 그렇다고 봅니다.
◇ 정관용> 우리 옛날 얘기 좀 해 주세요.
◆ 황교익> 설탕이 우리한테 주어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대만, 오키나와 이쪽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제당 산업을 열면서 우리도 설탕을 많이 먹게 됐죠.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설탕이라는 게 없었고요. 단맛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곡물을 당화하는 엿.
◇ 정관용> 조청.
◆ 황교익> 그 정도였죠. 조청도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 했습니다.
◇ 정관용> 귀했죠.
◆ 황교익> 곡물로 만들어야 하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 황교익> 식량이니까요.
◇ 정관용> 엿 한 개 만들려면 밥 몇 그릇 들어가잖아요, 사실.
◆ 황교익>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레시피들을 보면 조청을 넣는다, 꿀을 넣는다. 이런 것들,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일제강점기만 하더라도 1920년대, 30년대 요리사들이 좀 있거든요. 거기를 봐도 설탕 이렇게 적혀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탕량으로 봐도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넣는 거지 지금처럼 이렇게 과다하게 넣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먹는 갈비찜 같은 경우 있잖아요. 1960, 70년대에 보이는 그런 갈비찜 레시피와 지금 대중적으로 돌고 있는 갈비찜 레시피 자세히 한번 대충 이렇게만 봐도 설탕양이 한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 정관용> 6, 70년대에는 요리책도 있었잖아요. 그 책하고 비교해 보신 거군요?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10배나 차이나요?
◆ 황교익> 설탕이 1960년대에 설탕을 많이 안 먹었다라는 것에, 그러면 설탕이 갑자기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인가. 이렇게도 보는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우리가 설탕을 많이 먹기 이전에 이미 단맛에 중독된 게 있어요.
◇ 정관용> 어떤 거요?
◆ 황교익> 사카린.
◇ 정관용> 그렇죠.
◆ 황교익> 1960년대 그 사카린이 크게 번창합니다. 설탕보다 싼 단맛이라고 해서.
◇ 정관용> 사카린 파동도 일고 그랬지 않습니까?
◆ 황교익> 그렇죠. 밀수사건도 있었고 그랬죠. 그 사카린으로 일단 한번 중독이 되고 다음에 그 사카린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이 크게 번지면서 지금 설탕으로 넘어간 것인데. 단맛이 크게 늘어나는 게 대충 1960년대부터라고 저는 봅니다. 60년대에 그러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면 한국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죠.
◇ 정관용> 그걸 겪고.
◆ 황교익> 우리는 전쟁에서 얻는 전후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들, 이런 게 한국전쟁 이후에는 사실 그런 게 없었거든요. 미국에서도 베트남전쟁 이후에서나 그런 연구들이 있었죠.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는데 거기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라는 게 어마어마하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황교익> 그것을 좀 정신적으로 탈출하게 하는 이런 방법으로 당 과식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60년대에 갑자기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어떤….
◇ 정관용> 누가 특별히 시켜서가 아니라 너도 나도 단맛을 막 찾게 됐다, 그 시대에.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그 현상을 전후 스트레스로 연결해보시는군요.
◆ 황교익> 그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는 게 그냥 내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나는 단맛의 음식을 먹고 쓴맛의 음식을 먹고 사실 이런 게 아니고요. 음식이라는 것이 사회, 경제, 문화, 여러 가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문화죠, 문화.
◆ 황교익> 그래서 그 결정되는 과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한국사회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 속에서 한국전쟁 이후에 계속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6, 70년대에 압축성장을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요. 서로 경쟁하는 관계, 학생들도 밤 12시까지 공부해야 되는 그런 스트레스, 스트레스, 스트레스 이런 것에서 도피처를 찾아나간 게 이렇게 단 음식이고 그 단 음식이라는 것도 욕구만 발생시키지, 결국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 아닌가.
◇ 정관용> 특히 또 40년대, 50년대 이럴 때 태어나신 분들. 항상 배곯고 자란 사람들 아닙니까.
◆ 황교익>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좀 한번 원 없이 먹어볼까, 이런 또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 황교익>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사람들이 단맛에 한번 딱 접하면 조금 속된 말로 환장하겠군요.
◆ 황교익>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밥상에서 보면 다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쫙 깔아놓고 그것만 많이 차려지면 기분 좋아하죠.
◇ 정관용> 그리고 점점 모든 음식을 달게, 달게.
◆ 황교익>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6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달아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하셨는데 지금까지 그러면 계속 당도가 높아져온 것입니까? 그렇게 보세요?
◆ 황교익> 시골에서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도시 지역보다 음식이 덜 달게 드세요. 가끔씩 시골에 가서 제가 음식을 먹을 때도 단맛을 많이 쓰지 않더라고요. 도시로 올수록 달아지고 그래서 아마 도시화, 산업화 이런 과정에서 계속해서 당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반적으로 우리가 도파민 중독에 걸려 있는 사회가 아닌가.
◇ 정관용> 최근에 또 '단맛을 권하는 방송도 문제다' 이런 말을 하셨는데.
◆ 황교익> 그렇습니다.
◇ 정관용> 저도 자주 보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요즘 한참 인기 있는 백종원 씨 만능간장 이런 거 만들 때 보면 설탕 막 그릇째 붓잖아요.
◆ 황교익> 맞습니다.
◇ 정관용> 간장뿐만 아니라 온갖 소스 등등 음식에 '설탕 마음껏 넣으세요' 막 이러잖아요.
◆ 황교익> '괜찮아유~' 아주 특유의…. 그냥 연예오락프로그램이었으면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국민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가르치는 그런 포맷을 가지고 있죠. 설탕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라는 것은 여러 의학자들이 많이 이야기를 했었던 상태였죠. 백종원은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데요. 이미 당에 많이 적응이 되어 있는,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계속 단맛을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1990년대 이후에 단맛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당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엄마가 벌써 애기들한테 '단 것 먹지 마라', '과자 먹지 마' 하고 계속 스트레스를 주죠. 학교에서도 단 음식 먹지 말라고 선생님이 이야기하죠. 신문과 방송에서도 계속 의사들이 나와서 단거 건강에 안 좋다, 안 좋다 이야기하죠. 그러면 입은 당기는데 계속해서 먹지 마라 그러는데 얼마만큼 스트레스를 받겠어요. 그런데 백종원 선생이 나와서 '괜찮아유~' 얼마나 큰 해방감을 느끼겠어요. 그러면서 백종원 현상이죠. 팬덤현상이 발생을 한 거죠. 이건 그렇게 읽어야지, 백종원 선생이 거기에서 음식을 하는 것에 대한 나쁜 레시피, 레시피라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없습니다. 먹을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남자들이 주방에 많이 들어가게 됐다라는 그런 것은 긍정적인 의미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괜찮아유'라고까지 하는 것 그리고 슈가보이라는 그런 애칭을 만들고 설탕에 대해서 해방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그 방송이 사실 문제겠죠. 백종원 선생이 스스로 '내가 슈가보이할래' 이랬겠어요?
◇ 정관용>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레시피가 설탕을 많이 넣으니까 그렇게 했을 것 아닙니까?
◆ 황교익> 제가 보기에는 백종원 씨가 책을 쓰는 게 있어요. 사실 외식업체 주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책이 있어요. 그 책들을 이렇게 저도 한번 쓱 훑어봤는데 설탕보다는 사실 MSG를 듬뿍 쓰시더라고요.
◇ 정관용> 아.
◆ 황교익> MSG는 건강에 안 좋다라는 그런 관념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다 희석됐거든요. 이제는 건강에 나쁘다, 얘기 안 합니다. 식약청에서도 안전하다고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방송에서는 MSG 쓰는 것을 안 보여줘요, 오히려.
◇ 정관용> 그렇죠.
◆ 황교익> MSG를 안 쓰려고 하니까 아마 설탕을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MSG 쓰는 것이 그게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MSG는 식약처에서도 괜찮다고 얘기하니까요.
◇ 정관용> 온 국민의 도파민 중독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군요, 백종원 씨가. 내지는 백종원 씨를 활용한 이런 방송프로그램들이.
◆ 황교익> 그렇죠. 저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이런 것들을 만드실 때에도 PD, 제작진들이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것도 조금은 고려를 하고 만들어야 되는 거죠. 제가 자꾸 백종원 씨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백종원 씨와 저와의 무슨 디스하네, 어떠네 하는 개인적인 이런 관계로 몰고 가는 언론들이 있어요. 이건 굉장히 나쁜 옐로우저널리즘의 특색이거든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그 부분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죠. 저는 백종원 씨는 아주 훌륭한 사업가라고 생각하고요. 잘 하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버는 것.
◇ 정관용> 사업가죠.
◆ 황교익> 그렇죠. 훌륭한 사업가죠.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때 백종원 씨를 어떻게 잘 이용해서 재미난, 유익한 그런 연예오락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같이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조금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미흡하다는 것을 제가 지적하는 것이지 디스하는 거 아니에요.
◇ 정관용> 역시 황교익 씨다운 해설과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늘 등장한 몇 단어만 제가 딱 간추리면요. 한국전쟁 이후에 전후 스트레스, 사회적 스트레스의 돌파구로 단맛 중독이 시작되었고 그게 점점 심화되면서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허함에 빠져 있고 이런 것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 이런 등등과 연결될 수 있는 것 아니냐.
◆ 황교익>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그냥 개인의 기호의 문제가 아니고요. 음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회 그리고 그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의 결을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 정관용> 잘 알겠습니다.
◆ 황교익> 그래서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 정관용> 요즘 이런 것이 화두가 되다 보니까 온갖 프로그램에서 흰쌀밥 줄입시다, 아예 끊읍시다 이런 운동. 그다음에 설탕 넣지 않는 그런 운동. 그러면서 아까 말씀하신 무슨 매실청 이런 것 넣고 그런 것. 아니면 예를 들어서 과자 이런 것 줄여나갑시다. 특히 청소년 탄산음료 줄입시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접근하는데 그게 아니라.
◆ 황교익> 그게 잘못됐어요. 저도 단맛 즐깁니다. 일하고 나면요. 한 9시간, 10시간 내리 일을 해야 될 때가 있어요. 그러고 난 다음에는 탄산음료 한 잔 쫙 들이키면 그것처럼 기분 좋을 때가 없거든요. 단맛은 제대로 즐기는 게 중요한 거죠.
◇ 정관용> 일상적으로 단맛에 빠져 있지 마라, 이 말인 거군요.
◆ 황교익> 그렇죠. 단맛을 다 줄이고 어떨 때 가끔씩 단맛을 한 번씩 즐겨보십시오.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만큼 큰 쾌락을 주는지.
◇ 정관용> 알겠습니다. 각자 집에서 식사하실 때는 신경들 쓸 것 같은데 큰일 났네요. 식당가서 김치, 깍두기 어떻게 먹죠?
◆ 황교익> (웃음)
◇ 정관용>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오늘 고맙습니다.
◆ 황교익>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