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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의 이사장 "맨부커상 '한강'으로 회귀할 독자들에 韓문학 희망"

책/학술

    작가회의 이사장 "맨부커상 '한강'으로 회귀할 독자들에 韓문학 희망"

    최원식 이사장 "책 사는 행위는 투표와 같아"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은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에게로 회귀할 독자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 오후 7시(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진행된 시상식을 통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미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문학평론가인 최원식 이사장은 17일 CBS노컷뉴스에 "작가 한강에 대해서는 최근 '소년이 온다'(창비·2014)라는 작품을 보고 괄목상대했다"며 "그의 이전 작품들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차에 이번 수상 소식을 들으니 더욱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회원이기도 한 한강의 작품을 예전에 더러 읽을 때는 일종의 모더니스트로만 다가왔는데, '소년이 온다'는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결정적인 작품이었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문학의 주류는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에게는 비둘기처럼, 정의롭지 못한 강자에게는 호랑이 같은 문학'으로 표현되는 강한 사회성을 품었는데, 뛰어난 작가들은 문학을 통해 사회성과 예술성을 통일시켜 왔다"며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 피해가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어 정면승부를 건다. (작가로서 성장하는) 그 과정이 너무 아름답다"고 평했다.

    이어 "강한 사회성으로 달려갔다가 금새 실증내고 그만두는 이들도 있는데, 한강은 피할 수 없어서 맞닥뜨린 그 마음이 너무 아프고 훌륭했다. 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알겠더라"며 "그가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을 쓰기까지 겪은 마음의 여러 결들이 잘 녹아 있는데, 다시 한 번 그의 예전 작품을 모두 다 열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점에서 채식주의자의 수상 역시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최 이사장은 한강을 비롯해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한국의 뛰어난 작가·작품이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번역 문제에 부딪혀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뛰어난 번역가는 해당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소명의식을 지닌 동반자인데, ('설국'으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 등을 탄 데는 일본에 깊은 관심을 지녔던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라는 뛰어난 번역가의 역할이 컸다"며 "맨부커상의 경우 작가와 함께 번역가에게도 상을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제도를 갖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국내에서 지난 2004년 발표됐지만,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첫 소개됨으로써 올해 맨부커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규정에 따라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영미권에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최 이사장은 "한국에 유학 온 일본, 중국, 서양 사람들 가운데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있는 학생들은 용돈도 벌면서 번역을 많이들 하고 있다"며 "이들을 부양해 주면 각국에 돌아가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번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사는 행위는 투표와 같다"는 말로 독자들에게 좋은 문학을 선택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이사장은 "최근 들어 서점에 가면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 탓인지 한국문학으로부터 독자들이 떨어져나갔다는 것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며 "독자들이 한국문학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맨부커상 수상으로 우선 한강이라는 작가에 주목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독자들이 한강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된다"며 "이번 총선에서 훌륭한 선택을 하셨듯이, 독자들께서 훌륭한 책을 사 주시면 훌륭한 작가를 북돋아 주는 것이고, 덜 훌륭한 책을 선택하면 그러한 문학이 부양된다. 책을 살 때 신중하게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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