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수억원에 달하는 지하철 매장 임대료조차 제때 내지 못했다가 송사에 휘말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 대표는 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금싸라기' 화장품 매장 두 곳을 임대업자에게 고스란히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이문세 판사는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을 하는 S사가 네이처리퍼블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은 잠실역과 건대입구역 매장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S사는 2010년 10월 서울메트로로부터 지하철 2호선 잠실역의 점포를 임차하는 계약을 맺은 뒤 이중 40평에 달하는 점포를 네이처리퍼블릭에 다시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S사 측에 3000만원씩 수수료를 지급하고, 3회 이상 수수료를 미납할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이었다.
S사는 또 2012년 8월 서울메트로에게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점포를 임차한 뒤 일부를 네이처리퍼블릭에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도 네이처리퍼블릭이 매월 27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3회 이상 연체할 경우 해지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S사는 지난해 9월과 11월 두 화장품 매장에 대해 각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임대료를 3회 이상 밀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정 대표가 101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
검찰 내사를 받던 정 대표는 같은 해 9월 검찰에 공식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다음달 구속기소됐다. 그는 재판에 넘겨진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보석을 대가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50억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건넸지만 보석에 실패했고, 결국 지난 4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총수가 자신의 구명을 위해 수사·재판 단계에서 거액의 수임료를 썼던 시기와 임대료를 밀린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은 건대입구역 매장에 대한 11개월분의 임대료 약 3억원을 갚았지만, S사 측은 이미 법원에 소송을 낸 뒤였다.
재판부는 "잠실역과 건대입구역 점포에 대한 위탁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네이처리퍼블릭은 S사에 점포를 인도할 의무가 있고, 건대입구역 점포를 인도할 때까지 매월 2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오는 5일 상습도박 죗값을 치르고 만기출소할 예정이었던 정 대표는 구명 로비 의혹에 휘말려 회사 돈 142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또 다시 사법처리될 운명에 처해있다. 설상가상으로 금싸라기 매장까지 잃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