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부하 여직원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거나 성관계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을 일삼은 경찰 간부가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기각을 당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수도권 지역에서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 간부를 지낸 A씨가 "대통령은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을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징계사유에 따르면 A씨는 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2013년 부하 여직원 8명을 성희롱·성추행했다. 이 가운데 부속실 여직원 B씨는 무려 7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B씨가 처음으로 성희롱을 당한 것은 2012년 4월. A씨는 B씨에게 준강간 사건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나는 여자가 시체처럼 있는 것은 싫다. 여자가 리드해주는 것이 좋다"며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
심지어 A씨는 같은 달 직원들과의 1차 회식을 마치고 노래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B씨를 억지로 관용차량에 태운 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기도 했다.
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B씨에게 연락해 "저녁 회식 자리에 오지 않으면 당장 부속실을 바꿔버리겠다"고 말하면서 강제로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날 2차로 향한 노래방에서 A씨는 B씨에게 입을 맞추는가하면 상의를 풀어헤치고 바지를 내린 채 춤을 추면서 B씨에게 자신의 신체를 만지도록 강요했다.
같은 해 6월 A씨는 허리를 삐끗했다며 엉덩이가 보일 정도로 속옷을 내린 상태에서 B씨에게 소염 진통제(파스)를 붙이도록 했고, 이듬해 2월에는 B씨를 서장실로 불러 성관계 동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B씨가 정장이나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는 날이면 "섹시하다", "흥분된다", "주말 관사에 와서 밥을 하라"고 말하는 등 낯뜨거운 언행을 계속했다.
A씨의 '검은손'에 당한 여직원은 B씨 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2012년 4월 직원들과 회식을 마친 후 여성 순경을 나이트클럽에 데려가 춤을 추면서 "아시아에서 네가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
같은 해 6월 회식 자리에서는 다른 여성 순경을 옆자리에 앉힌 후 남성 직원들에게 "오늘 얘(이 여직원) 가지기 하자"고 말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해당 순경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A씨는 또 다른 여성 순경과의 회식 자리에서도 "내 허벅지 봐라. 완전 20대다"라고 말하며 여직원의 손을 자신의 허벅지에 갖다대는가하면, "오늘 나랑 한 번 자주면 지금 당장이라도 (고향에) 인사발령을 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쩍 잦았던 6월 회식 자리에서 A씨는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안주로 무엇을 시킬까요"라고 묻는 여성 경찰관에게 "안주 말고 너"라고 맞받으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밖에도 A씨는 2013년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민간인과 관내 룸살롱에 드나드는가 하면, 2012년 4월 대북경계 강화 발령이 떨어진 당일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갖고 폭탄주를 돌리기도 했다.
이러한 '엽기' 수준의 행각이 적발돼 2013년 10월 해임 처분을 받은 A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법정에서 "짜맞추기식 조사와 신빙성이 의심되는 진술"이라며 징계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배척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경찰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 여직원들을 상대로 술자리 참석을 강요하고 성추행·성희롱을 일삼았다"며 "공무원의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크게 위반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