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추진한 해외 풍력발전소 인수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당초 한전의 부실한 사업전망과 수익 예측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햄프셔주에 있는 총 369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인수 건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3일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바하마에 본사를 둔 B사의 풍력발전소에 대한 매각 입찰에 참여, 올 1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전은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이사회 M&A 승인을 받아 5월 중에 B사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한전이 6개월 도안 공을 들였던 인수 건을 포기한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KDI는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수익률이 기준보다 낮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최근 한전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투자수익률을 연 6~7%를 제시했지만 타당성 조사를 맡은 KDI는 투자수익률이 연 10%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KDI 실사단은 “한전이 당초 시뮬레이션했던 발전량보다 낮춰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과 KDI의 예상 수익률이 차이가 난 이유는 풍량에 대한 예측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KDI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포기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평가 기준”이 달랐다며 아쉽다는 여운을 남겼다.
한전 관계자는 "20년간 장기 구매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판단했고 미국의 풍력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얻기 위한 기회라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했는데 무산돼 안타깝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해에도 호주 빅토리아주 풍력발전단지와 100㎿ 규모의 미국 서부지역 풍력단지 인수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해외 풍력발전 사업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한전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무리한 추진으로 사업력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전 측이 미 풍력발전소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할 금액은 총 8억7000만달러(약 1조350억원) 규모로, 누적적자 10조원을 안고 있는 한전이 해외 M&A에 나선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전은 2013년 2천억 흑자로 전환한 이래 지난해 영업이익 4조 4천억원의 성과를 냈지만 우선 빚부터 갚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번 매각을 진행한 캐나다 B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전 요청에 따라 한국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매각 작업을 수개월 늦춰줬다.
한전이 이처럼 인수 직전에 발을 빼면서 해외 발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신뢰도도 적지않게 무너졌다.
반면 KDI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와 관련해,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부실 투자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이 엄격할 경우 더욱 움추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