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공)
KTX 고속열차의 운행 소음으로 자라가 무더기 폐사한 사건에 대해 배상결정이 내려졌다. 공사장 소음이 아닌 일상적인 철도운행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배상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고속철도의 소음과 진동으로 6개월 만에 자라 3500여 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은 양식업자 백모 씨에게 7626만원을 배상하도록 7일 결정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백씨는 20여년 째 자라 양식업에 종사 중이며, 지난해 3월 전남 장성군에 수조 2개 동을 설치해 자라를 양식 중이다.
그러던 중 같은해 4월 양식장에서 4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불과 6개월 동안 자라 3500여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철도시설공단을 대상으로 1억2398만원의 피해 배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고속철도 운행으로 발생하는 소음 진동을 측정했을 때는 소음이 주간 59.2dB(A), 야간 53.2dB(A), 진동은 주간 47dB(V), 야간 43dB(V)로 나타났다.
이는 철도교통 소음 관리기준인 주간 75dB(A), 야간 65dB(A), 진동 관리기준인 주간 70dB(V), 야간 65dB(V)에 못미치는 수치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측정결과를 토대로 기준 이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므로 피해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폐사해 물 위로 떠오른 자라 (사진=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공)
이에따라 위원회는 전문가를 통해 자라가 물 속에서 받는 소음과 진동을 별도로 실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평상시 수중소음도는 105~112dB/μPa이었지만, 고속열차가 통과할 때는 129~137dB/μPa로 수중소음도가 평상시에 비해 27~35dB/μPa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라는 야생성 습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수산 동물보다 소음과 진동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실측결과 자라 피해의 인과관계 검토기준인 배경소음과의 차이가 20dB/μPa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속철도의 소음과 진동이 자라의 동면 부족 등에 영향을 끼쳐 피해를 주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는 자라의 자연폐사율이 10~30%정도 되고, 소음과 진동수준이 법적 기준치 이내이기 때문에 전체 피해 주장액의 65%만 피해액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앞서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 진동에 대해 뱀장어나 미꾸라지 등의 피해를 인정한 사례는 있지만, 고속철도의 상시 운행 소음으로 발생한 수중소음에 대해 피해배상 판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위원장은 "자라 등 양식장의 경우 평소 소음·진동 수준과 고속열차 통행시의 소음·진동 수준의 차이가 큰 경우에도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전에 소음·진동이 최소화되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