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를 탄 4세 어린이가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아침부터 유치원이 끝날 때까지 차 안에 방치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모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 임모(51)씨와 인솔교사 정모(28·여)씨는 방학 기간 돌봄교실에 참가하는 원생들을 태우기 위해 차량 운행에 나섰다.
조선족인 A(4)군 부모 역시 맞벌이를 하며 아들을 돌봐줄 마땅한 친인척이 없어 돌봄교실에 보내려고 A군을 버스에 태웠다.
어린이 9명만을 태운 버스는 오전 9시 10분께 유치원에 도착했다.
정씨는 차에서 내린 8명을 데리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고 임씨는 근처에서 호스로 물을 뿌려 세차를 한 뒤 9시 50분께 유치원과 조금 떨어진 대로변에 차를 주차하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갔다.
뒷좌석에 타 있던 A군이 차 안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이 유치원의 원생은 180여명이지만 이날은 등원을 원하는 아이들만 '자율 등원' 형태로 나와 정확한 출석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광주의 날씨는 오전 9시 30분부터 이미 30도를 웃돌기 시작했고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최고기온이 35.3도를 기록,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 버스 기사 임씨는 하원 준비를 하려고 버스로 돌아왔다.
무더웠던 날씨 때문에 버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차량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창문을 하나씩 열던 임씨는 그때서야 뒷자리에 쓰러져 있던 A군을 발견했다.
밀폐된 버스 안에서 8시간 가까이 방치돼있던 A군은 이미 의식을 잃고 탈진한 상태였다. 체온이 40도를 넘은 그는 인근 종합병원에 옮겨졌다가 다시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인솔교사와 버스기사가 한 번만이라도 차 안을 살폈더라면 막을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인솔 교사도 차에서 내린 아이들의 수를 점검하지 않았고 유치원측도 등원한 아이들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등 어느 누구도 통학버스 운행에 따른 기본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유치원 측은 경찰조사에서 '자율등원이라 출석 원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지만 어린 학생의 안전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앞서 광주시 교육청은 지난 2월 '운행 종료 후에는 차 안을 맨 뒷좌석까지 반드시 확인해 어린이 혼자 통학버스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통학 안전 매뉴얼을 모든 유치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치원 원장과 인솔교사, 운전기사 등을 입건해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