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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맨의 고향' 일본 고치, 예비 만화가 올림픽 한창

문화 일반

    '호빵맨의 고향' 일본 고치, 예비 만화가 올림픽 한창

    • 2016-08-07 09:05

     

    '일본인은 만화로 인생을 배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만화의 입지는 상당하다.

    일본은 특유의 만화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아톰, 드래곤볼, 슬램덩크, 호빵맨, 건담 그리고 최근 다시 주목받고있는 포켓몬스터까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유수한 만화를 만들어낸 '만화 강국'으로 성장했고, 매년 수많은 만화 콘텐츠를 출시하고 있다.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의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 남부에 위치한 고치현. 이곳은 만화 '호빵맨'을 탄생시킨 작가 야나세 다카시의 고향으로 호빵맨을 사랑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흔히 일본 만화의 중심으로 대표되는 도쿄 아키하바라, 돗토리 등에 가려져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고치현은 야나세 다카시 이외에도 만화 '후쿠짱'의 작가이자 만화가로서는 최초로 문화공로자로 선정된 요코야마 류이치 그리고 쿠보노우치 에이사쿠, 사이바라 리에코 등 내로라하는 수많은 유명 만화 작가를 배출한 자타공인 '만화의 도시'다.

    고치현 곳곳에서는 캐릭터 그림과 호빵맨이 그려진 전차, 기차를 비롯해 만화 박물관, 만화 캐릭터 동상 등을 쉽게 볼 수있다. 심지어 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에서도 만화 캐릭터를 볼수 있다. 이곳이 얼마나 만화를 사랑하는 도시인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만화의 도시'에 걸맞게 고치현은 만화를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탈바꿈시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뤘고 만화 관련 페스티벌과 대회를 개최해 매년 수많은 만화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 만화로 둘러싸인 고치현

    고치시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본 것은 단연 호빵맨이다. 고치현 일대에 있는 수십대의 노면전차와 건물이 호빵맨 그림으로 도배돼 있었다. 1969년 처음 연재된 만화로 일본 최고의 만화 중 하나로 꼽히는 호빵맨은 고치현에선 없어선 안될 효자 캐릭터이다.

    6일 각종 문화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는 카르포트.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었다. 날씨가 더운듯 손 부채질을 하고있던 여성의 스마트폰을 감싸고 있던 것은 호빵맨이었다.

    조그만 체구에 앳되보이는 얼굴로 당연히 학생인줄로 알고있었는데 이 여성은 사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매니저였다. 호빵맨이 그려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좋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고치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캐릭터를 좋아한다"라고 답했다. 호빵맨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고치현 외곽 토사시에는 카이요도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고치현 출신 만화가들의 만화책을 모아놓은 전시관을 비롯해 만화 피규어 전시, 피규어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있는 복합 전시장이다.

    카이요도 박물관은 원래 작은학교였는데 폐교가 되자 만화 관련 피규어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됐다. 고치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카이요도 박물관은 꼭 들여야할 장소로 꼽히며 실제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만화 피규어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마징가, 은하철도999, 포켓몬스터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각종 만화 캐릭터들이 종류별로 정리돼있었다.

    박물관 1층에서 만난 테라지마 에미코(30) 씨는 "만화가 좋아서 와카야마에서 고치현을 오게 됐다"며 "만화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하는데 그중에 특히나 호빵맨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진 만화로 사람들이 여기서 많은 교훈을 얻는다"라고 설명했다.

    내부에 따로 마련된 방안에는 수천가지에 달하는 만화책들이 비치돼있었고, 그 옆으론 고치현 출신 유명 만화가들의 방명록이 걸려있었다.

    박물관 관계자 소우자키 노부이치(57) 씨는 "특히나 고치현은 예전부터 만화에 관심도가 높은 지역이다"라며 "나 자신도 어렸을때 부터 주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화를 접했고 여기서 삶의 힘을 얻어왔다"라고 전했다.

     

    ◇ 예비 만화작가들의 치열한 격전지 '만화 고시엔'

    지금 일본 고치현은 만화가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열정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만화가 등용문'이라 불리는 전국 고등학교 만화 선수권 대회 '만화 고시엔'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6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화 고시엔'은 일본 고치현이 문화청, 전국도도부현교육장협의회 등의 후원으로 주최하는 대회로 1992년에 처음으로 시작해 올해 25주년을 맞이했다.

    이번대회에는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총 319개의 학교가 참여했으며, 이 중 선발된 31개 학교의 출전 학생들은 현장에서 만화를 출제된 테마에 맞게 B2사이즈에 표현하게된다.

    고치시장 오자키 마사나오는 "일본 만화계에서 '만화 고시엔'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상당하다"면서 "이번대회가 만화에 대한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길바란다"고 설명했다.

    대회 관계자 타무라씨는 "(고치현)은 인구대비 유명 만화가 배출률이 일본 전체에서 가장 높다"면서 "만화 콘텐츠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대단해 만화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있다"고 전했다.

     

    ◇ 고치, 어려운 환경딛고 만화로 일어서

    어찌 보면 일본 고치시에 만화 관련 상품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고치현의 현청 소재지 고치시는 사실 크게 주목받는 관광자원이라 할만한게 없었다.

    게다가 1988년 고치현이 있는 시고쿠와 일본 본토인 혼슈 사이에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비행기와 배로만 갈 수 있는 진정한 섬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가장 낙후도가 심한 지역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치는 미군의 공습이 비일비재 했던 곳이었다. 본토인 혼슈를 공격하기 전 미군은 시코쿠지역을 미리 공습하곤했다. 1946년에는 진도 8을 기록한 '남해 지진'이 고치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계속된 재앙에 고치현의 많은 부분은 훼손됐다.

    깊은 불황과 침체가 이어지던 중 1969년 고치현 출신 만화 작가 야나세 다카시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에게 호빵을 나눠주는 호빵맨 캐릭터를 만들어 연재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떼어 주면서 주변을 이롭게 한다는 취지의 만화인 호빵맨은 패망후 굶주리고 가난한 시대배경과 맞불려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고치현은 이곳이 고향인 작가 야나세 다카시 박물관을 만들었고, 영역을 호빵맨이 아닌 만화 콘텐츠 전체로 확대해 의류, 음식, 대회, 교통수단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만화를 상품화했다.

    고치현은 1980년도부터 '만화 왕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PR활동을 진행하고있다. 뿐만아니라 현청에 만화 전담 부서를 만들어 고치현의 만화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있다.

    고치시장 오자키 마사나오는 "주민들의 만화에 대한 유독 높은 관심을 인지하고 전담 부서를 통해 '만사이 만화 축제', '전국 만화가 대회의', '만화 고시엔' 등 다양한 만화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영화, 게임 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화를 종합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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