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훅!뉴스] 전두환도 울고갈 범죄수익 은닉 고수들

사회 일반

    [훅!뉴스] 전두환도 울고갈 범죄수익 은닉 고수들

    진경준 130억 환수, 넘어야할 산 많아…범죄수익 환수제도의 맹점들

     

    -팔짱낀채 방치중인 범죄수익 25조
    -1200만 경기도 예산과 맞먹는 규모
    -전두환은 51% 납부, 그나마 '양반'
    -일반인 4명, 수백억중 한푼도 안내
    -한푼 안내고 3년 버티면 전액 탕감
    -범죄수익 불구 기소안하면 환수불가
    -"檢, 영달에 도움안돼 환수에 소극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오늘도 권민철 기자 함께 자리했습니다.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 주는 어떤 문제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권민철> 시계를 지난달 18일로 돌려 보겠습니다. 국회 법사위 회의가 열렸었는데, 김현웅 법무장관의 발언 들어보시죠.

    "우선 이번 사건에 관한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고 범죄수익 환수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 김현정> 범죄수익 환수에 만전을 기하겠다? 이게 무슨 사건입니까?

    ◆ 권민철> 진경준 검사장 주식대박 사건 관련 발언입니다. 진 검사장이 뇌물성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서 얻은 130억원, 이걸 범죄수익으로 봤는데, 이걸 환수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냐는 분들 주변에 많았습니다. 과거 전두환 비자금 환수도 제대로 안됐던 걸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 훅뉴스는 범죄수익 환수, 제대로 되고 있는지 따져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진경준 검사장 이야기부터 풀어보죠. 130억원 환수, 어디까지 왔습니까?

    ◆ 권민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7부 능선은 넘은 거 같습니다. 보통 범죄수익 환수를 할 때 문제가 됐던 게 판결 직전에 돈을 빼돌리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판결이 나기 훨씬 전에, 그러니까 기소하기 전에 진경준 검사장의 재산을 검찰이 동결했습니다.

    ◇ 김현정> 동결이라면, 돈을 빼돌리지 못하게 묶어놨다는 거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기소 전 추징보전이라고 하는데, 기소하기 전에 추징할 돈을 보전시키는 겁니다. 검찰이 추징보전 청구를 법원에 내고, 판사가 승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 김현정> 하지만, 재산을 동결시키기 전에 이미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은 없나요?

    ◆ 권민철> 저 역시 그 부분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동결 당시 재산을 검찰이 확인해보니까 올해 3월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때의 재산 150억 원 정도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럼 환수가 가능해 진건데, 그런데도 왜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표현하셨어요?

    ◆ 권민철> 동결됐어도 만약 앞으로 재판에서 추징이나 몰수 선고가 나지 않으면 환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진 검사장은 이 돈이 범죄와 무관하다고 방어할 게 분명하니까요.

    ◇ 김현정> 그래도 어쨌든 법원이 이미 동결까지 해 놓은 걸 보면, 재판에 따라서는 환수가 그래도 순조로울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는 그렇고 다른 범죄수익 환수도 착착 되고 있나요?

    ◆ 권민철> 그것이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오늘 제가 훅뉴스에서 핵심적으로 다룰 내용입니다. 범죄수익 환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난해 6월 현재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범죄수익이 자그마치 25조 5768억원이나 됩니다. 환수 대상금액의 99.81%가 환수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이거는 법원에서도 환수하라고 선고한 금액인 거예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선고까지 나왔는데도 99.81%가 환수를 못하고 있다? 이해가 안 되는데요?

    ◆ 권민철>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대부분 재산을 숨겨놓기 때문에 환수를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진경준 검사장 때처럼 숨겨놓지 못하게 재산을 사전에 동결조치 하면 되지 않습니까?

    ◆ 권민철>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진 검사장의 경우는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고위 공직자여서, 재산을 확인하기가 쉬웠기 때문에 동결이 가능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짧은 시간에 재산 확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 김현정> 동결부터 어려운 것은 그 전에 숨겨놓기 때문이다? 그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 권민철> 전두환 씨의 경우는 1997년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사면되면서 환수 납부도 중단했습니다. 전 씨가 법정에 나와 재산이 통장에 있는 29만원밖에 없다고 해서 이 발언이 유행했었죠. 당시 이를 풍자한 거리의 음성 한 번 들어볼까요?

    "잘 한 것도 많은데, 왜 맨 날 나만 가지고 그래, 본인은 통장에 돈 없어. 29만원 밖에는 없어…."

    ◆ 권민철> 전 씨는 29만원 가지고 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죠. 재산을 가족이나 제3자 명의로 숨겨놨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가족 명의의 재산은 의심이 되도 추징할 수 없습니까?

    ◆ 권민철> 그 돈이 범죄수익으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 입증 없이 몰수해가면 그건 연좌제가 되니까 그럴 수 없는 겁니다.

    ◇ 김현정>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금 얼마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겁니까?

    ◆ 권민철> 아직도 1136억원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체 추징액의 51%는 환수가 된 겁니다. 이 환수율은 고액 범죄수익 미납자 상위 10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럼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더한 사람도 있어요?

    ◆ 권민철>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경우 23조 358억원을 추징당했는데, 환수된 금액은 888억원. 0.38%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23조원 9470억원을 더 내야 합니다.

    ◇ 김현정>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우중 전 회장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네요?

    ◆ 권민철> 전두환씨는 전직 공무원이고, 김 회장은 일반인이라 환수 강도가 약간 다릅니다. 일반인은 전현직 공무원과 달리 추징금 집행 위한 압수수색도 못합니다. 금융거래 내역, 과세정보 접근도 제한돼 있습니다. 진 검사장 때처럼 기소전 추징보전도 못합니다. 그래서 환수율이 낮은 거고요.

    ◇ 김현정> 김우중 회장 말고 또 어떤 사람들이 고액 미납자 명단에 있습니까?

    ◆ 권민철> 박모 씨는 1183억원, 강모 씨 537억원, 김모 씨 520억원, 또 다른 김모 씨도 428억원 . 놀라운 건, 이들 4명 모두 추징액 가운데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현재 버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액 범죄수익 미납자 상위 10명 현황. 전두환 씨가 1136억원을 납부한 것과 달리 붉은 색 표시된 일반인 4명은 0원을 납부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일반인은 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3년을 버티면 범죄수익 전액을 탕감받는다.

     

    ◇ 김현정> 와 대단하네요. 어떻게 한 푼도 안내고 버틸 수 있는 거죠?

    ◆ 권민철> 이게 아마 다른 목적 때문일 겁니다. 현행법상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3년을 버티면 추징금이 전액이 탕감됩니다.

    ◇ 김현정> 3년을 버티면 탕감이요? 일종의 사면이 되는 거네요?

    ◆ 권민철> 돈을 안내도 되게 되는 거죠. 바로 그게 법의 맹점입니다. 만약 벌금이나 과료를 안내면 대신 노역형 같은 거라도 살아야 하는데 추징금은 노역형 같은 대체벌이 없고 버티면 전액 사면을 받습니다. 여기서 서경대 법대 정웅석 교수의 지적을 들어보자.

    "(몰수 추징) 통보는 하는데 배 째라면서 돈이 없다고 하면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추징에 대해서는 강제 처분 조치가 없어요. 하지만 벌금은 돈을 안내면 노역장 유치라고해서 3년까지 노역장에 보낼 수 있습니다. 몰수나 추징은 내지 않으면 강제로 조치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그 게 몰수 추징의 법적 한계입니다."

    ◇ 김현정> 이렇게 버티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 권민철> 사실 찾아내려고 하면 찾아내겠죠? 바로 의지의 문제인 거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진경준 검사장의 재산 동결도, 사실은 여론의 압박 때문이었습니다. 진 검사장이 체포된 이후 언론이 범죄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하니까 법무부장관이 사흘 만에 국회에서 약속했고, 약속한 그 다음날 검찰이 동결 신청에 들어갔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보니, 범죄수익 환수는 검찰이 하는 거죠?

    ◆ 권민철> 그렇다. 검찰 몫이다. 하지만 범죄수익 환수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설거지 같은 거라서 검찰의 업무 중에서 별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입니다. 이러다보니까 범죄환수 전체 집행률 추이를 보더라도 큰 변동이 없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 현재 환수율이 0.19%라고 말씀드렸는데, 최근 8년간 비율도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0.43%(2008년) → 0.15%(2009년) → 0.22%(2010년) → 0.36%(2011년) → 0.57%(2012년) → 0.43%(2013년) → 0.37%(2014년)

    ◇ 김현정>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51%나 환수했다면서요.

    ◆ 권민철> 전두환 씨 경우만 그랬습니다. 검찰도 그래서 그 때는 대검찰청에 범죄수익환수지원센터도 만들고, 각 지방검찰청에 전담반도 설치했었죠. 하지만 그 이후에 유명무실해졌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분야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범죄수익 환수센터가 독자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큰 의미가 있었는데, 그게 점점 흡수 통합돼 지금은 대검에 하나의 사이드 부서로 남아있어요. 그런 것이 현재의 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몰수 추징은 관심이 없는 분야입니다. 법 집행 관련 일은 너무 단순 작업이고, 이거에 집중하는 게 딱히 (검사) 개인적인 영달에도 별 도움이 안 되겠죠."

    ◆ 권민철> 이 범죄수익 환수 전담자가 있다고 해서 제가 인원 파악을 위해 대검찰청에 요구했으나, 그쪽에서 석연치 않게 거부했다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 김현정> 저는 전두환 대통령에게 51% 밖에 환수 못한 것을, 이것밖에 못했어? 빨리해야지 했었는데, 죽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이마저도 많다는 게 참 기가 막히네요. 이 범죄수익을 환수 하는 것도, 일종의 죄인에게 벌을 주는 것 아닙니까? 중요한 사법정의 실현 아닌가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뿐 아니라 범죄수익은 전부 국고로 귀속됩니다. 다시 말해 예산이 되는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볼까요. 환수 못하고 있는 돈이 25조원이나 된다, 이거는 인구 1200만 명인 경기도의 1년 예산과 비슷한 금액입니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범죄수익인데도 추징조차 못하는 돈도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 김현정> 환수는 둘째고, 추징조차, 내라고 하지도 못하는 범죄수익도 있다고요? 뭐죠?

    ◆ 권민철> 세월호 사고 때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의 경우, 횡령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이 상당했던 것으로 검찰이 확인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재산을 동결하려 했는데, 유 회장 사망했잖아요. 이 사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면서 추징 자체가 불가능해 졌습니다.

    ◇ 김현정> 부당이득이라는 걸 확실히 알지만 사람이 죽어서 공소권 없음이 되면 추징을 할 수 없다? 그러면 가족들한테 가겠네요?

    ◆ 권민철> 그랬다고 봐야겠죠. 또는 누군가 상속을 받았거나요.

    ◇ 김현정> 그렇군요. 듣고 보니 분통터질 일이네요. 범죄수익 환수, 제대로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일단 이정도로 제대로 안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게다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까 더 분노가 이는군요. 이 문제 역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라는 것, 범죄수익 환수에 관한 이야기, 오늘 훅뉴스에서 훅 파고 들어가 봤습니다. 오늘도 권민철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