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지진 피해가 발생한 경주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민생행보는 한장의 사진 때문에 논란이 됐습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21일 한겨레 등 여러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지진 피해로 시름하고 있는 경주 방문 사실을 알리며 한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 속 박 대통령은 진흙을 밟지 않으려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민들과 악수를 하는 모습이었고, 경호를 하는 사람들도 행여 박 대통령이 넘어지진 않을까 대통령의 허리춤에 손을 두르고 붙잡고 있었습니다.
한 매체는 이러한 모습을 보도하며 '포착된 사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진흙으로 뒤덮인 바닥을 밟지 않으려는 듯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도 간신히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눠야 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지진으로 인해 아직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주 지역 주민들은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급기야 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기와 복구용 흙을 개어놨기 때문에 밟으면 안되는 것이었다"라며 해명을 내놨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경주 한옥마을 지진피해 현장 방문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피해복구에 사용되는 작업용 흙이니 밟으면 안됩니다!' 라는 자막을 통해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21일 "주민들이 '복구용 흙이니까 밟지 마세요' 해서 흙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한 상황인데 마치 흙묻을까봐 제지하는 것처럼 보도가 됐다"며 "이는 심각한 사실왜곡이고 지진 피해현장을 방문한 상황을 감안할 때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상 '밟으면 안되는 흙'은 기와 보수용으로 올릴 흙을 뭉쳐 놓은 덩어리였습니다.
작업자들도 장화를 신고 흙 바닥만 밟고 있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도 덩어리로 개어져 있는 흙이 아닌 흙 바닥은 밟아도 괜찮은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밟으면 안되는 흙이라 밟지 않은건지', '덩어리로 개어져 있는 흙만 밟지 말라는 뜻인데 잘못 이해하고 경호원들이 박 대통령을 과잉보호 한 것인지', 아무튼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