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지난 25일 숨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청장은 26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백 씨 사망은 국민적인 관심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 씨 의무기록에는 병원에 이송될 때는 '지주막하 출혈'로 기록돼있으나 주치의가 밝힌 사인은 급성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로 돼 있다"며 "전문의 부검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백씨의 시신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해 경찰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에 적시된 압수·검증 대상 2가지 중 진료기록 부분은 받아들이고, 시신 부검 부분만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이 밝혀졌거나 부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검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이 청장은 이날 법원의 서류를 받는대로 검찰과 논의해 부검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그는 "법원에서 서류를 돌려받고 오늘 중 검찰과 협의를 거쳐 부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씨 유족 등이 부검을 원치 않는데 대해 "유족이 원하는 집도의를 부검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고 면서 "민감한 사안이라 더더욱 명확한 절차를 거쳐 의학적 판단을 받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부검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선 "(부검)영장이 나오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백씨 사망에 대해 개인적인 유감은 표명했지만 사과는 유보했다.
그는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긴 하나,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데 대해서는 무척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민·형사상 문제가 해결되고 경찰의 잘못된 부분이 명확해지면 (사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 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청장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고소·고발 사건 문제도 있어 신중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