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백종원씨에게 20억원에 매각된 제주시 도두동 신사수마을회 건물과 토지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의 한 마을에서 공동 소유 건물과 토지를 팔아 일부만 돈을 나눠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민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마을회 건물과 토지는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매입한 것으로, 15년 넘게 마을 복지회관 등으로 사용된 곳이다. 제주CBS는 백종원 대표가 산 제주 마을회 재산을 놓고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공공재산이 사유화되는 과정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8월 매입한 제주시 도두동 신사수마을회의 건물과 토지는 2004년에도 사유화 논란을 빚었고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소송까지 내며 소유권을 환원한 행정이 10여 년 뒤 다시 개인에게 마을회 재산이 팔렸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무기력한 행정력과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사수마을에 2층짜리 공공 건물이 들어선건 지난 1998년이다. 혐오시설인 제주시 하수처리장 2차 확장으로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제주시가 마을회에 보조금 5억 1000만 원을 들여 소유권을 준 것이다.
건물은 제주시가 1998년 3억 4400만 원을 들여 연면적 430㎡로 지었고 공유지인 해당 토지 992㎡는 2000년 제주시가 준 보조금 1억 6600만 원으로 마을회에서 매입했다.
지난 2000년 제주시가 신사수마을회로 1억6천여 만원의 보조금(토지매입비)을 지원했다. 마을회는 이 돈으로 제주시 소유의 마을회관 건물 토지를 사들였다. 건물에 들어간 제주시 보조금은 3억4400여만원. 결국 제주시가 총 5억1000만원을 들여 건물과 토지를 산 뒤 마을회에 소유권을 준 것이다. (사진=문준영 기자)
보조금 지원을 통한 매각절차로 소유권이 신사수마을회에 넘어갔고 2000년부터 마을 복지회관 등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4년뒤인 2004년 4월 마을회는 갑자기 공공재산인 복지회관을 당시 마을회 대표인 김 모(74) 씨에게 4억 1000만 원을 받고 팔아 버렸다. 공공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공익성 재산을 사유화한 것.
이에 제주시는 신사수마을 복지회관과 토지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제주시는 소장에서 "마을회 공동재산으로서 주민복지에 쓰여야 할 공익재산을 대표자 개인 앞으로 유상 양도하는 것은 제주시민들이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교부 목적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2005년 9월 확정판결을 통해 제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보조금 교부조건을 위배하고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해당 토지 및 건물은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건물이 공공목적에 쓰도록 제한이 가해져 있고, 보조금 교부조건에 따라 사유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사유화됐던 건물과 토지는 2005년 11월 마을회로 환원됐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뒤 마을회 건물과 토지가 다시 백종원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사유화 논란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 마을 위한 공동 매각인가, 일부 주민 위한 사유화인가매각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제주하수처리장 측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고문변호사 2명에게 매각이 타당한지를 문의한다.
지난해 12월 9일 제주도가 보고한 신사수마을회관 매각 관련 변호사자문결과 보고서 (사진=문준영 기자)
자문결과 변호사 김 모 씨는 "혐오시설 건설로 인한 보상적 성격이 일부 있다고 보여지는 점, 보조금이 지급되어 17년 정도가 경과돼 보조금 교부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여지는 점, 마을회에서 매각대금 사용계획을 밝히고 있다는 점 등으로 보조금 교부조건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 강 모 씨는 "마을 대상으로 보조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승소하더라도 인용되는 금액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익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사 자문 결과보고서에는 이와 함께 "보조금 지급으로 형성된 마을재산의 투명성과 공공성 여부를 일제 조사하라"는 검토 의견과 함께 "보조금 지원 마을재산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행정적 제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달렸다.
이에 따라 제주하수처리장은 지난 1월 마을회의 매각대금 사용계획과 회의록 등을 살펴봤다.
매각대금 사용 계획에는 마을공공시설 토지 매입을 비롯해 옛 신사수마을토지 환원 소송비, 마을부채 청산비용 등이 명시돼 있었지만 계획에 맞게 돈이 실제로 사용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매각 대금 20억 원으로 일부 주민들이 나눠갖기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극심한 주민갈등까지 빚어지고 있지만 매각 대금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혈세가 투입된 마을회 공공재산을 개인에게 팔아 10년 만에 사유화 논란을 반복하고 있지만 행정이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