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에 대해, 한국교회가 최태민 씨는 사이비 교주일 뿐이라며 목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최태민 씨와 친분이 있었고, 그에게 놀아난 목회자들도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최태민 씨에게 놀아난 목회자들 많아"
CBS가 단독으로 입수한 현대종교 1988년 6월호를 보면,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탁명환 소장이 쓴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많은 목사들이 최태민 씨가 주최한 행사 등에서 순서를 맡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1975년 고 육영수 여사의 추모예배가 국립묘지에서 열린 적이 있었는데, 탁 소장은 기라성같은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순서를 맡았다고 기술했다.
김0수 목사는 사회, 고0용 목사는 기도, 강0애 전도사는 성경봉독을 했다. 또 이0택 목사는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탁 소장은 당시 순서를 맡았던 목회자들의 이름을 익명처리했다.
탁명환 소장은 최태민 씨의 구국선교단을 "확실히 암흑기의 권력형 부조리와 야합한 우리시대의 단막극"이라고 정의했다.
최태민 씨의 정체도 살펴보지 않고, 권력에 막강한 배경이 뒤에 있다는 말에 목회자들이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탁 소장은 "기독교계의 물을 흐려놓은 장본인들이 오늘도 일언반구의 회개조차 없이 아직도 지도자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탁 소장이 최태민 씨 문제를 계속 거론하자 위협을 했던 목회자들도 있다. 탁 소장은 이0일 목사와 이0선 목사라고 했다.
또 한국 보수교단의 거목 김0인 목사, 지0금 목사, 강0명 목사 등도 권력의 등에 업혀 다니면서 불의에 부화뇌동한 인물들이라고 적었다. 탁 소장에 따르면 부흥사 강0희, 허0부, 박0원 등도 회개해야 할 인물로 기술했다.
탁 소장은 "언젠가는 이 사건이 실제로 기독교 역사에 실명으로 기록될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는 최태민 씨에게 목사 안수를 준 조0종 목사와의 일화도 등장한다. 예장00총회(예장종합총회로 추정- 편집자주) 조 목사는 "일금 10만원인가를 받고 목사 안수를 해줬다"고 되어 있다.
◇ "최태민 씨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탁 소장은 목회자들이 최태민 씨 주변으로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다고 전했다. 최 씨는 목사들에게 교인들을 통해 돈이 될 만한 건수를 물어오면 그것을 해결하고, 돈을 받아 선교회 사업에 쓰겠다는 말을 했다고 적었다.
탁명환 소장은 최태민 씨에 대해 "대통령 영애 근혜 양을 업고 구국선교단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하면서 돈을 물쓰듯했다"고 적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최태민 씨의 아들이 인천에 살고 있었는데, 가끔 손자들에게 과자 값이라고 쥐어주는 돈이 100만 원짜리 수표여서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최태민 씨가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한 일을 했던 사건도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기사는 "재벌급 회사는 물론 건설 관계 회사에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공사계약을 따내거나 납품 등을 알선하고 커미션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써서 축재를 했다"고 적었다.
탁 소장은 최태민 씨는 구국 구호에 관심이 없고, 축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고 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재벌급 기업인들에게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일과였다. 항상 검은 안경을 끼고서 오만하게 앉아 재벌들에게 전화질을 하면서 꼭 근혜양을 팔았다. 명예총재인 영애께서 필요로 하는 일이다, 협조 부탁한다고 하면 재벌들은 모두 꺼벅 죽는 시늉까지 했다."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연일 보도되자 보수 교단 목회자들은 최태민 씨는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최순실 씨 때문에 개헌 논의가 발목 잡혔고, 정쟁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교계의 바람과는 달리, 최태민 씨에게 몰려든 목회자는 '구름떼처럼' 많았다. 한 목회자는 "보수 교계가 최태민 씨와 선긋기에 나선 모양새"라며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과거를 회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