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대한항공[003490] 여객기가 괌 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에서 미끄러진 사고는 악기상 상황에서 기장이 조종 판단을 잘못한 데다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결론 났다.
작년 7월 5일 오전 3시 6분께(현지시각)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 KE2115편(B737-800)이 괌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일시적으로 벗어났다가 다시 활주로로 들어와 멈췄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승객 75명(유아 4명 포함)이 크게 놀랐고 해당 항공기뿐 아니라 후속편까지 잇따라 지연 운항했다.
또 항공기 좌측 엔진과 전자장비 탑재실 출입문 등 14억원가량의 물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괌공항의 활주로등, 유도로등이 파손됐다.
이 사고는 '준사고'로 분류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하다가 우리 정부 산하 조사위원회로 위임됐다.
30일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야간에 기장이 착륙하다 조종 판단을 잘못한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악기상 탓에 활주로에 닿는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기장이 인식하지 못했고, 착륙 직전에는 왼쪽에서 불어온 측풍의 영향으로 기체가 오른쪽으로 밀렸는데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기장이 시야가 또렷하지 않아 안전한 착륙이 어려운 상황에서 복행(착륙 도중 다시 이륙하는 것)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착륙을 결정한 점이 꼽혔다.
조사위는 비슷한 시기 다른 대한항공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한 데다 이미 한차례 복행한 뒤여서 또다시 복행하면 다른 공항으로 회항해야 했기 때문에 기장이 심적 부담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이 괌 공항을 자동착륙금지 지역으로 규정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한항공은 괌 공항이 활주로의 오르막 경사로 인해 자동착륙 시 항공기 기수가 들려 동체 꼬리가 활주로 지면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며 B737 기종에 대해 자동착륙을 금지했다.
조종사는 해당 규정을 지키려고 야간에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임에도 수동조종방식으로 착륙을 시도했다고 조사위는 언급했다.
대한항공은 이 사고 후 B737 등 기종을 대상으로 자동착륙을 시범 시행했으며 약 2개월 뒤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조사위는 대한항공에 ▲ 전 조종사에게 기상 악화로 착륙 중 시야가 불확실해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한 경우 반드시 복행하도록 강조할 것 ▲ 전 조종사가 저시정, 미끄러운 활주로 등 조건에서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모의비행장치를 활용한 훈련 방안을 강구할 것 등 2개의 안전권고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