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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시시콜콜' 압수수색 지휘, 어떻게 가능했나?

법조

    우병우 '시시콜콜' 압수수색 지휘, 어떻게 가능했나?

    • 2016-12-21 04:00

    검찰 내부 독소조항 거론, "청와대 보고 당연" 자성 목소리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월호 수사 당시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을 제지한 정황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검찰의 세월호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은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같은 정황이 사실일 경우,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존에 수사하던 직무유기 혐의에 추가해 수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을 제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어떻게 해서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 압수수색을 한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

    ◇ 검찰청법 8조에 함몰된 검찰의 현 주소

    이는 현행 검찰청법과 내규를 포함해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요인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검찰 수사팀의 세월호 수사 상황, 동향이 고스란히 우 전 수석에게 흘러갔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행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21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청법 제8조는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에 태생적 한계를 제공하는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조항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적혀있다.

    정부부처인 법무부 산하 조직으로 검찰이 기능하게 함으로써, 법무부의 수사 개입 여지가 생겼고 자유로운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소지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니 유력 대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일시를 10일 후로 미루라"는 취지로 법무부에 요구를 하는 일도 현행법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법무부는 수사팀에 이러한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게 되고,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수사팀은 대기업들의 증거인멸이나 수사정보 유출 등의 우려에도 압수수색 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상호 견제를 하고 수사만 놓고 보면 검찰총장이 '갑을관계'에서 '갑'의 위치로 볼 수 있지만, 대체로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법무부 뜻을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검찰이) 받도록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뜻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법조문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압수수색까지도 관여할 수 있는, 수사에 무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를 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사유를 남기도록 하고, 몇년 지나면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검찰청이 법무부 외청이기 때문에 아무런 통제를 안 받을 수는 없다"며 "협의나 보고라는 이름으로 법무부가 수사팀에 수사정보를 요구하고 간섭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보고'는 생명인 검찰, 고스란히 청와대에도…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현행 검찰보고사무규칙(법무부령)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르면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장관에게 동시에 법무부 소속 공무원 범죄, 판사 또는 변호사 범죄,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의원의 범죄, 4급 또는 4급 상당 공무원의 범죄 등이 연루된 사건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사건 발생보고, 수리보고, 처분보고, 처분보고, 재판결과 보고 등을 하는 식이다. 일종의 정보보고 형태로 '00사건보고', '00동향보고', '00신문진상보고'를 하도록 했다.

    한 부장급 검사는 "초임검사시절 매일같이 옆에다가 검찰보고사무규칙을 놓고 외워가며 보고했다"며 "중요사건의 경우에는 무조건 상부에 보고하고, 대검에 보고하는 자리에 법무부 과장급이 동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첩보와 범죄정보를 수사생리상 윗선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 검사는 "이 규정이 일일이 보고하느냐 수사 착수를 보고하는냐 등 보고의 '선'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자의적으로 수사기관의 장이 건건이 보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은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보고하는 수사팀의 보고내역 취합본 등을 토대로 세월호 수사 내역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사정기관을 통솔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정비서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보고된 정보들을 토대로 압수수색 장소와 방어논리까지 '코치'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박영수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면, 우 전 수석이 실제로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는지와 함께, 수사 정보를 어디까지 어떤 경위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만약 일련의 보고체계 뿐만 아니라, '우병우 라인'으로 포진된 법무검찰과 검찰 조직이 총망라된 수사 정보 유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단순히 직권남용 혐의를 넘어선 '검찰 개혁'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우 전 수석이 인사권을 틀어쥐고 검찰 내 TK인사전횡을 일삼았고, '우병우 라인'이 직보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검찰 내부에서 정설로 통한다.

    또 다른 검사는 "아무리 수사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검사라고 하더라도, 규정과 법적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법무검찰) 보직을 맡게 된다면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뭔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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