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여)씨의 뇌물수수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이 최씨 딸 정유라(21)씨를 지목해 지원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특검팀은 2015년 1월께 박 대통령으로 부터 이 같은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 같은 승마선수를 키워줘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김 전 차관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정씨 지원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진술 등을 토대로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 전에 이미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인식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두 회사 합병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한 대가로 삼성이 최씨 측에 자금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삼성은 승마협회 지원이 '강요·공갈'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이 부회장도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나온 진술과 증거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이재용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했다. 삼성은 이듬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그해 7월 박 대통령은 다시 이 부회장과 따로 만나 승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질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후 삼성 측이 본격적으로 움직여 최씨 측과 승마 훈련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지원에 나섰다.
특검팀이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에게서 제출받은 최씨의 '제2 태블릿' 속에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와 최씨가 이메일을 직접 주고받으며 독일 현지 회사의 계약 관련 사항을 논의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전날 오전 이 부회장을 불러 이날 오전까지 밤샘 조사했고,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입원한 박상진 사장도 전날 오후 전격 소환하는 등 뇌물 의혹 수사는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 수뇌부 조사를 마친 특검팀은 그 결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