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내 소비자들은 빵과 과자를 구입할 때, 수입산 계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입계란에 대한 무관세 적용과 운송비 지원 방침을 정한 이후 식품관련 업체들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분말계란과 냉동계란 수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할당관세 물량 9만8500톤이 전량 수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국내 식품업계, 가공란 수입 봇물…10일까지 7100톤 접수가공란은 계란 부위와 가공방법에 따라 구별된다. '전란'은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 전체를, '난황'은 노른자를, '난백'은 흰자를 일컫는다.
여기에 분무건조한 것을 '전란건조', '난황건조'라고 하며, 가열살균 후 냉동시킨 것을 '전란냉동', '난황냉동’이라고 말한다.
이들 계란가공품은 신선란을 대신해서 빵과 과자, 케익,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등 가공품의 제조원료로 사용된다.
식품산업협회가 지난 10일까지 회원사들의 가공란 수입계획을 조사한 결과 7100여 톤이 2월까지 국내에 수입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선란을 기준으로 1억650만 개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2.7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국내 식품 관련 업체들은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가공란을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미국산 가공란의 경우 롯데제과가 전란냉동 5000톤과 전란건조 500톤, 난황냉동 200톤을 2월 중 수입할 계획이다. 또한, 오뚜기식품에 납품하는 풍림푸드가 463톤, SPC가 전란건조 38톤을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가공란의 경우는 풍림푸드가 전란냉동 714톤을 24일부터 매주 51톤씩 부산항을 통해 수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CJ푸드빌이 난황냉동 84톤을, SPC는 전란건조 38톤을, 해태제과는 전란냉동 50톤을 1월 중에 수입할 계획이다.
◇ 한 번 맛들인 수입 가공란…국내 가공란 시장 잠식 우려
이처럼 국내 식품업체들이 외국산 가공란 수입에 팔을 걷어 올린 것은 정부가 계란부족 사태를 계기로 수입운송비 가운데 50%를 지원하고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율이 0%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아예 외국산 가공란을 수입해서 원재료로 사용할 경우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체들은 이번 AI 발생 이전에도 운송비 전액과 관세율 27%를 부담하면서까지 연간 2000여 톤의 가공란을 수입해 사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AI가 종식돼 국내산 계란 공급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외국산 가공란 수입물량은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계란 수입 방침을 정한 이후 회원사들로부터 수입계획을 받고있는데 전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가공란 수입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할당관세 물량(9만8500톤)도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배를 통해서 들어 온 수입 가공란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계란파동 사태를 계기로 국내 식품업체들이 수입계란을 사용해서 만든 빵과 과자의 원가분석을 하다 보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