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해 첫 대설주의보가 내린 20일 오전 폭설로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이 눈에 덮인 채 서울 여의도 한간시민공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일 새벽 전국이 눈으로 뒤덮이면서 폭설 대란이 벌어졌다.
기습 폭설에 눈을 맞이하는 기쁨도 잠시, 시민들은 출근길부터 발목을 잡혔다.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시민 김 모(76) 씨는 "눈이 많이 오고 있어 새벽 출근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강 모(47) 씨는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아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집에서 나서는 길에 발이 푹푹 빠져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했고 시민들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면서 아침부터 지하철 역이 붐볐다.
서울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김 모(52) 씨는 "평소에는 차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할까봐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모(41) 씨도 "차를 가지고 나오면 길이 많이 막힐까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위 크고작은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251㎞ 부근에서 25t 짜리 화물차가 미끄러지면서 4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이를 뒤따라오던 22t 화물차가 들이받은 후 차량 4대가 잇따라 추돌했고, 22t 화물차 운전사 김 모(40) 씨가 숨지고 5명이 경상을 입었다.
대한(大寒)인 20일 오전 서울 목동에서 시민들이 밤사이 내린 눈을 밟으며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고 여파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통행이 한때 전면 차단됐다가 오전 9시 45분부터 재개됐다.
서울에서는 오전 6시쯤 노들길에서 택시가 미끄러지면서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도권 지하철역에서는 열차 고장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25분쯤 인천지하철 2호선 하행선 검단 오류역에서 전동차가 갑자기 고장났다.
이때문에 하행선 검단 오류에서 아시아드경기장역까지 9개 역의 전동차 운행이 15분간 중단됐다.
오전 8시 40분쯤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서 신설동역 방향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동력운전불능'으로 멈춰섰다.
다행히 몇분 뒤 동력이 회복해 10분 뒤 열차는 신설동역에 도착했지만, 차량기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 30분 간 뒤따르던 열차들이 잇따라 멈춰섰다.
눈 폭탄에 하늘길도 막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 출발 항공기 177편, 도착 항공기 60편 등 모두 237편이 지연됐다.
김포공항은 오전 10시 20분을 기준으로 출발 항공기 43편과 도착 항공기 11편 등 모두 54편의 항공기가 지연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20분 기준 주요 적설 현황은 북강릉이 8.2㎝, 광주 5.3㎝, 대전 4.2㎝ 등이다.
강원도 간성(고성)에는 28㎝, 양양은 15㎝, 전라도 순창은 10㎝의 눈이 내렸다.
눈과 함께 칼바람도 휘몰아치면서 흑산도와 홍도에는 강풍 경보가 내려졌고, 서해안과 남해안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강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남해안과 제주도 지역에는 풍랑 경보가 발효됐다.
강원 영동과 동해상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휘몰아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쌓였으니 교통·보행 안전과 시설물 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