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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엉망' 제주 농협선거, 불법행위·금품살포 의혹(종합)

사회 일반

    '관리엉망' 제주 농협선거, 불법행위·금품살포 의혹(종합)

    제주시농협 선관위, 규정몰라 잘못된 처분 내리기도…선거제도 전반 개선필요

    농협. (사진=자료사진)

     

    제주시농협 임원 선거에서 금품살포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시농협 선거관리위원회(이하 농협 선관위)는 불법 행위를 알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고, 심지어 규정을 몰라 잘못된 처분을 내리는 등 공정성 논란마저 자초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4일 제주시농협은 12개 지점에 대해 비상임 이사(여성이사, 단독후보 포함) 선거를 실시했다.

    농협법상 이사 후보들은 선거 180일 전부터 기부행위 등이 제한된다. 하지만 지난 2월 재선에 나선 제주시내 A지점 현직 이사 김모(57)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투표권자인 대의원들에게 물품을 제공하고 술값을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는 지난해 9월 추석 대의원들과 전직 이사 등에게 명함이 붙은 선물을 보냈고, 12월 28일에는 A지점 영농협의회 회의가 끝난 뒤 대의원과 관내 직원들과 함께 단란주점에서 유흥을 즐긴 뒤 술값을 계산했다.

    제주시농협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린 경고 조치사항 문서 (사진=문준영 기자)

     

    농협 선관위는 위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1월19일 "선거운동목적의 유무를 파악하기 어렵고, 사회적 통상 관례와 의례적인 행위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며 김 후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당시 선물을 받고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이사 투표권을 갖고 있는 대의원들이 포함돼 있었다.

    농협중앙회는 같은 사안에 대해 "해당 내용은 농협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검경 등 수사기관의 사실관계 조사를 거쳐 사법부 판단에 의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주시농협 선관위는 농협중앙회의 답변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해당 사항을 의뢰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농협 선관위 위원장 이모씨는 "선관위는 선거만 관리하지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위헌 결정이 난 규정으로 3차례 경고 처분을 내린 제주시농협 선거관리위원회 (사진=문준영 기자)

     

    ◇ 제주시농협 선관위, 잘못없는 후보에 3차례 경고처분

    잘못된 규정을 적용해 경고처분을 내린 경우도 발생했다.

    제주시농협 선관위는 지난달 21일과 22일 김 후보의 상대후보 최모(58)씨가 지지를 호소하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서면과 구두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24일 헌법재판소는 지역농협 이사 선거운동에서 '전화·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지지 호소의 방법을 금지한 농협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전화나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주시농협 선관위는 선거전 날 위 처분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제주시농협 선관위가 보낸 문자 (사진=문준영 기자)

     

    선거에 낙마한 최씨는 "선관위가 문자에 이름도 적시하지 않았고, 문자를 받지 못한 대의원들도 있었다"며 "나이가 많은 대의원들은 장문의 문자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최씨는 "투표자들 사이에서 불법 선거를 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주시농협 선관위는 농협법에 따라 '이사회와 조합원(임직원 제외)이 추천한 선거 경험이 풍부한 자'들로 구성된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와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선거관리 뿐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치러진 임원 선거에서 일부 이사 후보들이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후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고, 현재 분석을 끝낸 뒤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 그들이 '이사'가 되려는 이유

    비상임 이사는 월급이 없다. 하지만 회의 참석 수당, 해외 연수를 비롯해 농협의 각종 결정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법상 이사회는 간부직원의 임명과 해임을 비롯해 조합원 자격 심사, 농협 정관으로 정하는 부동산 취득과 처분, 각종 사업 집행 방침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임기는 4년.

    이러한 막강한 권한 때문에 이사의 인사개입 의혹과 하나로마트 입점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농협 관계자 A씨는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조합장과 전직 이사들의 친인척 명단을 뽑아 채용 결과를 비교해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농협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5월 임원의 하나로마트 등의 입점을 제한하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A씨는 "대의원들이 금품을 받고, 후보들은 불법선거로 이사가 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선거 혁신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집으로 찾아가는 호별방문 차단해야

    금품제공 등의 문제를 차단하려면 이사 후보들의 호별방문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법상 임원 선거 후보자는 호별방문이 금지된다.

    제주시농협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호별방문과 관련한 제보는 없었지만, 일부 후보들이 인사차 집에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품제공 의혹 등으로 문제가 불거져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인력과 시간 등으로 호별방문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와 관련해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주시농협은 "수사 당국의 결과를 토대로 나중에 선거 관련 조치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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