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인용 사흘만인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퇴거해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통보 날짜를 정해 다음날 통보하겠다고 밝힌 것은 수사를 '속전속결'로 끝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불응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했을 뿐더러 대선을 이유로 수사를 미룰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통상 검찰은 대선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는 정치적 사건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민감한 시기의 수사는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이에 따른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김정태 당시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인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대한 비자금 의혹 수사를 15대 대선 이후로 미룬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아들 병혹 의혹사건(병풍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하면서 정치 쟁점화한 적도 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체단체장 선거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정치인 수사를 벌여 '야당 탄압', '편파 수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선거시기에는 휘발성이 강할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선이후로 수사를 미루는 것 역시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로 작용할수 있고, 이런 점 역시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수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해서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수사를 하지 않아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대선과 무관하게 수사를 하는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삼성 뇌물죄'에 공범으로 엮인 최순실씨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도 검찰이 속도를 내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두 사람에 대해선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들어갔는데 박 전 대통령만 예외로 계속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씨를 포함해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 중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 20명이나 된다.
검찰이 수사를 늦출 경우 적지 않은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점도 '속도전'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검찰이 여론에 밀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였지만, 특검에서는 여기에 더해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주저하는 인상을 주면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은 비등해지고,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유력 대권후보들은 이미 검찰 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 규명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는 점도 검찰의 발빠른 수사를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오는 5월9일 치러질 대선까지 두달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수사도 '한달 안으로' 최대한 빨리 끝낼 방침이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