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사진 가운데)이 친정팀 부산 kt 관계자로부터 기념 액자와 꽃다발을 전달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어디가 원정 라커룸인지도 몰랐어요"
조성민(34)은 부산사직실내체육관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 지명을 받고 줄곧 부산 kt 선수로 뛰었던 조성민은 지난 2월 김영환과 신인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창원 LG 선수가 됐다.
구단 버스가 체육관 앞에 도착하면 조성민은 늘 같은 통로로 입장해 같은 복도를 지나 홈 라커룸에 들어갔다. 이제는 달라졌다. 조성민은 오랫동안 사직체육관을 안방처럼 사용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원정 라커룸에 들어가봤다. 모든 게 낯설었다.
부산 kt를 떠나 창원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조성민이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했다.
17일 오후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kt와 LG의 경기가 열렸지만 조성민은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지난 14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왼쪽 어깨를 다쳤기 때문이다. 조성민은 동료들과 부산 원정에 동참했지만 통증이 남아있어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였다. 아예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kt는 돌아온 조성민을 반갑게 맞이했다. 경기를 앞두고 식전 행사를 개최해 조성민에게 꽃다발과 기념 액자를 선물했다.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 kt의 간판선수로 활약한 공로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행사는 경기 개시 15분 전 양팀 선수들이 코트에서 몸을 풀 때 진행됐다.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가 있었지만 비교적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꽃다발과 액자가 전달됐다. 그래도 부산 팬들은 조성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조성민은 벤치에 앉지 못했다. 처음에는 벤치 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LG가 경기 초반부터 큰 점수차로 밀리자 조성민은 벤치 뒤로 내려왔다. 멀리서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격려하다 LG가 3쿼터 추격전을 펼치자 마음이 놓였는지 제 자리로 돌아왔다.
조성민은 경기를 마친 뒤 LG 유니폼을 입고 부산을 방문해 팬들의 박수를 받은 소감을 묻자 "그냥 기분이 담담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연습경기를 하러 부산에 온 느낌? 원정은 한번도 와본 적이 없어서 색달랐다"고 말했다.
관중석에 앉아 65-71 팀 패배를 지켜본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7위 LG는 이날 패배로 23승28패를 기록해 6위 인천 전자랜드(24승27패)와의 승차가 1경기로 벌어졌다. 이제 3경기만 남기고 있어 6강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조성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직 통증이 세게 남아있지만 어떻게든 다음 경기부터는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조성민은 "오늘 선수들이 나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편안하게 경기를 했다면 결과가 좋았을텐데…"라고 말하며 아쉬워한 뒤 "아직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처질 이유가 없다. 6강에 오를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