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서 엄마부대 애국여성연합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영장(구인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을 구인할 수 있는 강제 권한이 부여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오지 않으면 검찰이 구인장을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가 불투명해 구인장이 실제 집행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검찰은 오는 30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심문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측 경호팀과 출석여부와 대기 장소 등을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구인장을 집행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내부 조율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검찰은 "구인장을 발부받고도 집행하지 않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은 심문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를 검찰 혹은 법원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부터 (출석 여부에 대해) 연락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을 결정하면 구인장에 기재된 인치장소인 법정에 우선 나오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구인장에는 구인날짜(2017년 3월 30일)와 인치장소(서울중앙지법 321호)는 적시돼 있지만 유치장소는 공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기로 한다면 검찰의 자체 판단에 따라 구인장 집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인장에 적시된 유치장소에 데려와 대기시킬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인 점 등을 감안해 굳이 필요한지 검찰 내부적으로도 셈법이 복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할 경우 서면으로 심사가 진행되며, 삼성동 자택에 대기하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이 발부되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로 압송된다.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편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직권남용 등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돕는 대가로 298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한 204억 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받은 16억 3000만 원,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 명목으로 최 씨가 소유한 비덱스포츠 등에 송금한 78억 원 등이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공여로 판단했던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지원 약속금 138억 원은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점이 감안돼 영장에서 빠졌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을 상대로는 직권남용과 강요죄만 저질렀다고 봤다.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과 지원 명목으로 받아낸 774억 원 상당이다.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혐의만 담아 영장을 청구한 뒤, 보강 수사를 통해 드러난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아울러 잠정 피해자로 분류한 SK와 롯데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