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진=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이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안 전 대표에 대해 공격에 가세하며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이다.
안 전 대표가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다루겠다고 밝히자, 문 전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사면 금지'를 공개적으로 약속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혼란을 키우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안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경기 하남 신장시장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한 짧은 백브리핑이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면 검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당일 밤부터 문 전 대표 측이 비판 성명을 내고 공격을 이어갔고, 안 전 대표 측도 네거티브 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2일에도 연속 논평을 내고 "'문모닝(아침마다 문 전 대표 비판을 하는 것)' 연대는 '박근혜 사면 연대'였나"라며 "안 전 대표의 사면발언 보도를 보고 진의를 물었을 뿐인데 국민의당이 과도한 비난 논평을 쏟아냈다. 속내를 들킨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 발언의 진의를 의심할 정황은 차고 넘친다. 바른정당에 이어 자유한국당까지 손잡는 '3단계 연정론'은 박지원 대표가 하신 말씀"이라며 "한 최고위원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선 후보를 내지 말라고 공식 석상에서 얘기했는데, 국정농단 세력에 도움을 요청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즉, 사면 관련 발언을 국정 농단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으로 연결지으며 공세를 강화한 것이다.
문 전 대표도 직접 이 부분을 언급해 공세에 가담했다. 그는 2일 서울 동양예술극장에서 문화예술인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사면이니 용서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참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면 불가 입장을 약속하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제안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는 "특정인을 놓고 이렇게 사면불가, 절대로 사면하지 않겠다 이런 것을 미리 공약하고 하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국민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이같은 모호한 입장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법률가로서 사면 불가를 공약으로 박는 것을 꺼려하는 것일 뿐 사면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측 논쟁 와중에 정의당도 안 전 대표의 공격에 가세하고 있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전날 안 전 대표의 사면발언에 대해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발상과 뭐가 다른가"라고 날을 세운데 이어 이날도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절대 사면하지 않겠다고 똑 부러지게 입장을 밝혀주시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입장이 모호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 측의 총방위적 공세에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측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날조된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손금주 최고위원은 성명을 내고 "수구패권세력은 극과 극이 통하나. 문 전 대표를 보면 과거 독재정권의 모습이 연상된다"며 "문 전 대표에 대해 '도로 박근혜', '문근혜'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 정국부터 지금까지 민주당과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을 국정농단의 책임세력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 왔다"며 "빨간색만 색깔론이겠는가. 문 전 대표 측이 자행하는 의도적 사실 왜곡은 과거 수구독재정권이 자행했던 색깔론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이미 그대들 머리 위에 있다. 구태정치로는 더는 알파고 국민을 속일 수도, 설득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도 이날 서울·인천 지역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저는 사면권 남용이 안 된다고 말한 것인데, 왜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안 전 대표는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됐겠느냐. 무능력한 상속자가 국민의 삶을 결정하게 해선 안된다"고 말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문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양측의 말이 범람하고 있지만 현재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힌 대선주자는 민주당의 이재명 시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뿐이다.
문 전 대표 측이 안 전 대표를 공격한 것과는 별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는 추후 대선가도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