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기무사령관(앞 가운데)등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이 지난 1월 25일 현충원을 찾아 기무사의 정치 중립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기무사 제공)
최근 대대적으로 정치중립 준수를 선언했던 국군기무사령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보안사령관 사진(존영)을 부대 내에 다시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과 국군기무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무사에 대한 국정감사때 여당의 한 의원이 기무사 회의실에 걸려있는 전직 사령관들 사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와 방첩부대 부대장들의 사진도 걸려 있는데 유독 10.26 사건을 일으킨 김재규 전 보안사령관의 사진만 왜 없냐고 따진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역사적 사실로서 12,12 군사반란 수괴죄와 5.18 유혈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등을 확정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사령관 사진도 걸려 있다며 "같은 차원이라면 김재규 사진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김재규의 사진은 10.26 사건 발생후 전두환 보안사령관 시절 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김재규 전 사령관의 사진을 다시 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무사 관계자는 "이를 위해 군 역사기관과 기존 군부대 사례 등을 검토 중이며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사령관들의 사진을 뗏다 붙였다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천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홈페이지)
기무사 출신 K모 예비역 장성은 "군 통수권자를 시해한 김재규의 사진은 10.26 사건후 바로 떼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전 사령관들의 사진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 자체가 더 정치적이고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성은 또 "역대 사령관의 사진을 거는 것은 정치적 의미보다는 순수하게 사령관을 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과거 한때 군 일각에서는 독재자였지만 군통수권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해 수십년전에 사라졌던 김재규의 사진과의 형평성 차원이라면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떼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기무사가 최종 김재규 전 사령관의 사진을 다시 걸기로 결정할 경우 군통수권자를 살해해 사형까지 당한 인사를 미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김재규, 전두환 등이 부장을 지냈던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정원 또 육군 1사단과 9사단 등 두 전직 대통령이 사단장을 역임했던 부대 등은 지금까지 기존에 있던 이들의 사진을 떼거나, 떼었다가 다시 건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