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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김여정 방남, '올림픽 메시지 납치(hijack)'인가



칼럼

    [논평]김여정 방남, '올림픽 메시지 납치(hijack)'인가

    (사진=박종민 기자)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깜짝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대표단으로 내려보내겠다고 7일 오후 전화통지문을 통해 전격 통보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지난 2014년부터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현재 사실상 북한 정권의 제2인자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김일성 직계로서는 한국전쟁 이후 첫 방남이라는 사실도 크게 부각됐다.

    그런 만큼 김여정의 방남카드는 일순간 여론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평창올림픽이 김여정을 앞세운 북한의 선전공세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러한 우려의 수준을 넘어 강고하기까지 하다.

    펜스 부통령은 8일 방한에 앞서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납치'라는 용어를 쓰면서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북한의 프로파간다가 올림픽이 갖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납치(hijack)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또 "지금까지 북한은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걸고 한국과 공동입장을 하는 등 평화 공세를 했지만 결국 도발행위를 반복했다"며 "이번에 한국에 가서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독재적이며 잔혹한 나라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실제로 북한 감옥에서 식물인간으로 죽기 직전에 풀려난 고(故)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의 부모를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초정했고 방한기간에 탈북자들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일축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접한 북한도 "남조선 방문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맞대응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남북간 긴장완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북미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북미대화는커녕 대화를 위한 접점도 찾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평창올림픽은 어떻게 무력도발없이 평화롭게 치러지더라도 그 이후는 다시 일촉즉발의 북핵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핵무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은 계속해서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로 나서고 미국에서는 미국 본토공격을 막기 위해 대북 선제타격론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북핵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그 1차적인 피해는 한반도에 사는 주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은 이러한 우려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분신격인 김여정 부부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하는 펜스 부통령이 한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사전에 계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비록 북미 양국 모두 상대방에 대해 대화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일축하고 있지만 이것은 역으로 대화의 절박성을 강조하는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이나 미국도 상대방에 대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폭탄발언으로 위협하지만 자국민의 엄청난 희생을 낳는 전쟁은 어떻게든 피하겠다는 것이 본심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이 발휘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북한을 상대로는 비핵화 이외에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것을 김여정 부부장에게 적극 설득해 김정은 위원장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 어떻게든 미국과의 대화의 길로 들어서게 이끌어야 할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도록 한미간 굳건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하루 앞둔 이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됐던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생중계 등 대외적인 과시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치렀다는 점이다.

    북한 역시 불필요한 자극으로 사태를 그르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가는 청신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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