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가 하반기부터 모바일 첫 화면에서 자사가 편집하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빼기로 했다.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댓글 다는 방식도 바뀐다. 네이버는 기사에 대해 댓글 달기를 허용할지 여부와 배열 순서 등을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가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논란을 빚어온 '여론조작' 의혹이 해소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네이버 이번엔="" 여론조작="" 논란="" 없앨=""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선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뭐가 달라지는 거냐?= 네이버 스스로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먼저 모바일 첫 화면에서 직접 편집하는 뉴스 섹션을 빼고 검색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지금의 구글방식을 따르겠다는 취지인데 모바일 첫 화면을 가칭 '홈판', '검색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모바일에서 네이버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검색창, 주요 뉴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추천 뉴스, 날씨 등이 차례로 나온다.
네이버는 이 중에서 뉴스와 실검, 추천 뉴스 등을 빼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구글처럼 검색창만 있는 방식이 국내 소비자에게 맞는 방식인지 고민해 보겠다. 주변에서 '날씨는 꼭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메인 화면을 일단 다 비우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선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매우 파격적인 조치인 것 같은데?= 외형적으로는 파격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언론이다' '아니다'는 논란에서부터 여론을 조작한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일단 이 논란에서 벗어나겠다는 게 네이버의 방침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인 김위근 박사는 "네이버가 제시한 개편 방향은 최근 네이버 가 내논 방향 중 가장 전향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획기적이진 않지만, 언론사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내용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예상한대로 뉴스편집을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쪽으로 세게 치고 나왔다"면서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용적으로 뭐가 달라지는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현상유지적이고 책임회피적인 태도가 다시 반복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파격적이기 보다는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면서 "어떻게보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골치 아파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인데 떠밀려서 손을 떼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입장에서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건데?= 그 점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준웅 교수는 "네이버의 뉴스서비스가 바뀌어도 이용자들의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달라졌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용자 관점에서는 크게 달라진것도 없고 네이버는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뉴스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경로로 이 뉴스를 보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뉴스 내용이 좋고, 보기 편하면 그만"이라면서 "포털에서 언론사 뉴스를 링크하는 방법을 바꾸든 말든, 누가 포털 뉴스 제목을 결정하든, 심지어 누가 쓴 것인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는 "언론사들의 타격이 클것이다. 그동안 네이버의 덕을 본 매체들의 페이지뷰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뉴스 소비량이 큰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위근 박사는 "전반적으로 뉴스 이용 감소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언론사 선택 등 이용자 선택성이 강화되면 불편함 역시 많아진다. 과연 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앞으로 트래픽 경쟁을 통한 뉴스품질의 전반적 저하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 언론사들은 아웃링크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그게 뉴스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거냐?= 그렇다. 뉴스 소비가 과거처럼 TV나 라디오, 신문이 아니라 SNS나 포털에서 주로 이뤄진다.
그동안 네이버 인링크에서 뉴스소비가 이뤄질 때는 각종 배너광고로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웃링크로 해당 언론사로 연결될 경우 지금도 불편한 광고들이 넘친다. 짜증이 날 정도다.
특히 네이버에서 주요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연결되는데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위주로 편집하는 매체들이 많다.
네이버는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는 대신에 '뉴스판', '뉴스피드판' 등 2개의 페이지를 신설하는데 그럴 경우 기존 이름이 알려진 언론사들이 유리할 것이고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낚시성 기사들이 넘쳐날 수도 것이다.
서울소재 한 신문사 온라인 담당자는 "언론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면서 "선정적인 기사가 넘치거나 정파적 뉴스의 편중현상 심화로 뉴스 시장이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웅 교수는 "정론이 발붙일 길이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뉴스제공자와 플랫폼 사업자는 누가 좋은 기사를 쓰는지? 누가 불편부당한 기사를 쓰는지? 어디에서 양질의 기사를 쓰는지? 그리고 양질의 기사가 나가면 이용이 늘어나는지?" 등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댓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은데?= 댓글은 하나의 참여형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나? 이게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댓글 수를 제한하겠다거나 댓글을 규제하겠다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광장의 집회와 비교해보자. 집회에 한 달에 한 번을 참석하건 열번을 참석하건 친구들과 함께 참석하건 그게 무슨 문제인가?
이준웅 교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문제있는 댓글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문제있는 댓글들 편집권자가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 사람의 시민이 댓글을 열 개를 달건 백개를 달건 그는 훌륭한 민주시민"이라면서 "선거 때 댓글을 더 단다면 더 휼륭한 시민이고 친구들과 댓글을 더 다는 행위도 민주시민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드루킹의 경우는 사업자(블랙마켓)인데 남의 사업장에서 조작을 했으니 전형적인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법은 불법대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댓글을 없애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뉴미디어 전문가는 "민간인은 댓글을 1명이 달건 100명이 달건 합법이다. 여론조작이란 말이 안 된다"면서 "댓글은 공론장인데 그걸 닫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경찰 등 국가기관의 댓글과 드루킹의 댓글을 동일시하는 비판이 많은데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렇지만 드루킹의 매크로를 동원한 클릭조작은 범죄행위는 맞지만 국가기관의 여론조작과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그동안 네이버가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 점은 해소가 될까?= 황용석 교수는 "아웃링크를 한다니까 조작도 해당언론사에 가서 해야 할 거고 댓글도 분산이 되니까 앞으로는 의미없는 개념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도 뉴스 읽기와 집중화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네이버가 타겟 효율성이 높은 공간이어서 그랬으니까 풍선효과로 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웅 교수는 네이버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언론이 조작한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면서 "언론과 포털이 합심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댓글도 편집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 등을 논의했어야 하는데 15년간 언론과 포털이 서로 책임전가만 해왔다.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새로운 언론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온갖 실험을 하면서 고민하지만 우리 언론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언론을 비판했다.
한 뉴미디어 전문가도 해외 언론들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지만 우리 언론들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탓만 하면서 변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네이버>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