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논평] 국정농단에 이어 이번에는 '사법농단'인가



칼럼

    [논평] 국정농단에 이어 이번에는 '사법농단'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법원장으로 재임했을 때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

    1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보고서 발표 이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자신의 재임시절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문제와 관련해 특정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특정 재판 결과를 들고 청와대를 설득하려 했다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 발표 후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의혹당사자에 대해서는 당장 구속수사하라는 주장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끝에 나온 것이지만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동안 특별조사단의 조사에 한 차례도 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로비.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현 국면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사법부가 재판을 놓고 거래했다는 의혹을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재판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이 땅의 사법 정의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별조사단은 그동안 법원행정처 관련자 컴퓨터 등을 조사해 재판거래 의혹이 있는 문건 410건을 추렸지만 이 가운데 3건의 일부만 공개했다.

    조사보고서에도 174건 중 일부만 발췌해서 인용했을 뿐이다.

    때 마침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찬반투표를 거쳐 전체 410개 문건의 제출을 요청한 만큼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문건의 공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 규명은 특별조사단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그동안 세 차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핵심인 양 전 대법원장은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특별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업무방행죄는 성립되기 어려우며 그 밖의 사항은 뚜렷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의혹 관련자에 대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의 의미는 반감된다.

    실제로 특별조사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1일 이들에 대해 "법리구성을 달리하거나 깊이있게 검토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거나 하면 얼마든지 형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사의 주체와 관련해서는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별검사제 도입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검경이 사법부의 수장을 수사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3권 분립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검사를 통해 의혹 문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함께 의혹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농단이 사실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요청하며 대법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당장 KTX 승무원 해고 무효 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15개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큰 문제가 된다.

    이들 사건은 최종심인 대법원이 이미 판결을 내린 것인 만큼 재판거래가 확인됐다고 해도 현행 법 체계 아래서 재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판결로 피해자들이 그동안 겪은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사건에서는 자살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재판거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들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하고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기회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 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하는 등의 사법부 혁신이 이뤄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사법부가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구현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