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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선 "한국당 사망선고" 보수원로들은 "당 해체"

국회/정당

    학계에선 "한국당 사망선고" 보수원로들은 "당 해체"

    -윤평중 한신대 교수 "탄핵 이후 반성 없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반복"
    -강원택 서울대 교수 "한국당, 시대착오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국당 상임고문들 "새로운 보수 가치 고민해 '새 집' 지어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6.13 지방선거 결과 보수진영은 궤멸 위기에 몰렸다. '보수의 본산'을 자처하던 자유한국당은 사상 최악의 패배를 겪으며 'TK(대구·경북)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는 평이다. 정치학계에선 "한국당에 대한 사망선고였다"는 얘기가 나왔고, 보수 원로들은 '당 해체와 창당'을 언급했다.

    학계 인사들은 '박근혜 탄핵' 이후 제대로 된 반성·혁신 작업이 없었던 점과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당의 접근법을 참패의 요인으로 꼽았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14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탄핵 이후 진정하게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한 적이 없다.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았을 뿐이다"라며 "적폐세력의 이미지가 아직 강력하게 남아있는 데다가, 촛불 정부라고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가장 민심과 어긋났던 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사기극'이라느니, 냉전 반공적·수구적 언행을 당 대표가 일삼았던 것"며 "잘못했음에도 사죄하지 않고, 적폐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정당에게 민심이 사실상 정치적 파문,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보수 지지층 자체가 줄어들면서 정치 판도 자체가 바뀌었다고 볼순 없으며, 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보수성향의 시민들조차도 한국당이 냉전 반공적인 행태, 대기업 우선의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잘 하고 있는 형국이기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참패 원인으로 꼽았다. 강 교수는 통화에서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경제정책, 통치방식 등이 요즘 사회와 맞지 않게 됐는데, 여전히 한국의 보수는 그런 기존 방식, 또 '반공' 등으로 규정돼 왔다"며 "탄핵 때 국민의 요구는 그런 것들을 벗어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당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한국당으로선 탄핵 반대를 했던 세력들을 넘어서, 지역적으론 대구 경북을 넘어서 외연확장을 할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가치나 기대를 못 만들어냈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이른바 '개혁보수' 세력이 한 축을 맡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전멸에 대해선 '정체성의 모호함'과 '조직의 열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윤 교수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선택은 꺼려하는 측면이 있다"며 "세력이 미미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바른정당이) 안철수와 결합하면서 당의 정체성 자체가 매우 애매해졌다. 개혁보수도 아니고, 중도, 진보도 아니고 어정쩡한 불편한 동거관계처럼 보여졌다"고 지적했다.

    보수 원로들은 보수진영이 기존의 위기 대응 방식으론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한국당 유준상 상임고문은 "당 대표가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다시하고, 당명을 바꾸고 이런 것에 국민들은 이제 관심이 없다. 판을 바꿔보자는 것 아닌가"며 "국민들은 뭘 바라는가, 지금 이 시대 속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북미 협상이 제대로 갔을 때 보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고문은 특히 "당이 해체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당내 인사들끼리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수준에선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참회에 기반해 다시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상임고문이지만 당에 나간 건 대선 전까지다"라며 "사실은 당을 떠난 것이나 똑같다.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고도 했다.

    한국당 김종하 상임고문도 "선거 전부터 완전히 참패할 것으로 나는 봤다"며 "탄핵 때부터 당이 무너졌는데 지리멸렬하게 단합도 안 됐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김 고문은 "앞으로의 과제는 환골탈태가 아니라 창당의 기분으로 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에 하던 식으로 일시적으로 개편하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보수당을 창당한다는 기분으로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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