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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왜 ‘병역 브로커’를 자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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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왜 ‘병역 브로커’를 자처하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이 더욱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과제로 더 많은 선수의 병역혜택을 언급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어쩌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선수 병역 문제의 직접 해결을 추진하는 단체가 된 것일까.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축구대표팀의 공과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와 여러 언론 관계자가 모여 ‘신태용호’의 월드컵 준비 과정부터 결과적으로 16강 실패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논란이 될 만한 여러 발언을 했다. 그중에서도 어쩌면 한국 사회가 가장 민감해하는 주제인 병역 문제를 축구협회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며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 회장은 “일본 대표팀의 대부분이 유럽리그 소속이고 국내파는 소수였다. 그러나 우리 선수는 기량이 가장 좋은 전성기가 입대 시기와 겹쳐 해외 진출이 어렵다”면서 “손흥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군경 축구팀의 선발 인원 증대와 입대 연령 조정 등을 당국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일본이 16강에 진출하고 한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가장 큰 차이로 유럽 리거의 존재를 언급한 정 회장의 발언은 분명 K리그 활약이 아닌 해외리그 진출을 향했다. 과연 정 회장의 발언처럼 해외파의 절대적인 숫자가 대표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것일까.

    정몽규 회장은 더 많은 축구선수가 병역 문제를 해결해 수준 높은 유럽리그에 진출할 기회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가까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예를 들더라도 당시 금메달로 병역을 해결한 선수 대부분의 해외진출은 기대했던 유럽이 아닌 일본 등 아시아에 그치는 현실이다.(노컷뉴스DB)

     

    일본은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23명 가운데 15명이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한국도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해외파다. 한국이 일본과 비교해 해외파의 수가 크게 적다고 할 수 없다. 결정적인 차이는 ‘수’가 아닌 ‘질’이다.

    일본은 해외파 15명 가운데 14명이 잉글랜드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터키 등 유럽리그 소속이다. 비(非) 유럽파는 멕시코리그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혼다 게이스케(파추카)가 유일했다.

    한국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주장 기성용(뉴캐슬)과 손흥민(토트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베로나)뿐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6명으로 더 많았다. 해외파의 수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으나 활동 무대의 질적 차이는 분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높은 수준의 유럽리그가 아닌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일까.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는 6명 가운데 4명이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해결에 성공한 이들이라는 점은 정 회장의 발언에 다소 힘이 빠지게 하는 현실이다.

    실제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문제를 해결한 선수 중 현재 정 회장의 바람처럼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며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에 도움이 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부상 등의 변수가 있지만 3명의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20명의 당시 23세 이하 대표팀 구성원 대부분은 정 회장의 바람과 달리 유럽 무대가 아닌 일본 J리그 또는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격수 손흥민의 병역 문제는 단순히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주제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해결을 노린다. 박종민기자

     

    특히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병역 혜택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축구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축구협회 차원의 선수자원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가까운 인천아시안게임의 사례만 보더라도 단순히 많은 선수의 병역 해결이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상황이라면 정 회장의 말처럼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당국에 요청해 상주 상무와 아산 무궁화FC의 입대 규모를 확대하고 나이 어린 선수의 병역 문제 해결에 나선다고 할지라도 당장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답은 어렵다. 더욱이 2023년을 끝으로 의무경찰제도가 폐지되는 만큼 아산 무궁화FC의 거취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축구협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에 가깝다.

    오히려 축구협회가 축구선수의 공식적인 병역 브로커가 되어 좁게는 타 종목과의 형평성, 넓게는 일반 남성과의 형평성 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병역 해결의 문을 넓히는 것보다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통해 병역을 해결한 선수자원의 적극적인 관리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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