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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의 소원은 '서울' 꿈에도 소원은 '아파트'



칼럼

    [칼럼] 우리의 소원은 '서울' 꿈에도 소원은 '아파트'

    [조중의 칼럼]

    (사진=자료사진)

     

    '집은 백일몽을 꾸게 해주는 보금자리고, 몽상가를 보호하며, 평화로운 꿈을 꾸게 해준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집'에 대한 생각이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집의 중요한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철학자가 품고 있는 집에 대한 인식은 경제논리보다는 자기만의 공간 그리고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둥지 개념이 강하다.

    2018년 가을을 살고 있는 시민들은 철학자 바슐라르의 집에 대한 생각에 공감하지 못한다. 철학자는 진부한 지상에 살면서 하늘의 성스러움과 완전을 추구하는 몽상가에 가깝다고 생각할 뿐이다. 시민들은 그가 냉혹한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형이상학적인 낭만적 사고를 할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집은 목숨 걸고 돈을 벌도록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이고, 전쟁을 치르는 것만 같은 고통을 줄 뿐이다.

    이번 추석연휴 대화에서 빠지지 않은 것이 남북 정상의 백두산 천지 등정과 폭등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서울 아파트값 폭등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였다. 집 문제야말로 너나할 것 없이 숙명적인 과제이자 부딪혀야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달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은 최고 9배 가까이 격차가 났다. 서울에 사는 사람과 지방에 사는 사람의 몸값 역시 최고 9배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238만원으로 나타났다. 말이 7억 원이지, 직장인이 월급의 일부를 저축해 서울에 자기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 서울에 한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제 꿈이 되고 만 셈이다.

    지난 주 모 방송사가 보도한 지방 사람들의 '묻지마'식 서울 아파트 매수 실태는 소문 그대로였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인에 따르면 지방에서 전화로 동·호수만 물어보고 수억 원을 바로 송금하는 매수자도 있다고 했다. 판교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용산에 새로 산 사람도 있고, 충남에 사는 사람은 매물이 나오자 집도 안보고 샀다. 청주에 사는 사람은 그곳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곳 아파트를 매입했다.

    추석연휴 기간 한자리에 모인 가족과 친인척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방 사람들은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이 꿈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 서울에 있는 똑똑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원금을 건지고도 큰 차익이 생겨 부의 축적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지방은 다 끝났다'는 다소 비관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대전 시내만 해도 아파트 값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일부 빌라는 가격을 크게 내렸는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도심 곳곳의 재래시장은 빈 점포가 점점 늘어가고, 동네 골목식당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했다. 비단 대전 뿐 아니라 전국의 중소도시가 똑같은 실정이다. 이러다가 지방도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나왔다.

    지방도시가 추락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가운데 분권과 자치가 없는 태생적 한계가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모든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은 무늬만 자치단체일 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 국립대학교의 위상은 든든했다. 지금은 서울시내 중위권 대학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부 잘하는 지방 학생들은 모두 서울로 유학을 간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모두 서울로 올라가버린 탓에 지방도시에는 인재가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분권정책으로 전국 지방 도시로 내려간 공기업 직원들 역시 주말이 오면 떼를 지어 날아가는 철새처럼 서울로 올라간다. 중요한 보고나 미팅은 거지반 서울에서 열리다보니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서울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다반사다. 지방도시에는 본사 명목의 번듯한 건물만 있지 속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업무와 결정은 서울에 있는 사무소에서 다 이루어진다. 지방에 본사를 든 공기업 사장을 만나려면 서울로 가야한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서울은 '천국'이 되고 말았다. 지방 사람들이 천국 같은 서울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서울이라는 천국에 자기 집 한 채를 갖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치운다고 눈치 줄 자격도 없다. 서울에 작은 아파트라도 소유해야 한다는 불굴의 신념을 갖도록 만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서울에 자기 집 한 채를 갖고 있으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를 어떻게 비난만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초등학생에게 장래 꿈을 물으면 '건물주'라는 대답이 제일 높다고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도 생겼다. "우리의 소원은 '서울' 꿈에도 소원은 '아파트'"라는 노래가 나오는 것도 서울이 이 시대의 천국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이 더 이상 천국이 아닌 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 모두는 행복해 질 수 없다. '집이 백일몽을 꾸게 해주는 보금자리고, 평화로운 꿈을 꾸게 해주는 곳'이라는 바슐라르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없다. 불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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