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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욱일(旭日)기 자제 요청이 비상식적인 요구인가



칼럼

    [논평]욱일(旭日)기 자제 요청이 비상식적인 요구인가

     

    오는 1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해군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욱일(旭日)기 논란이 뜨겁다.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가하고 이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아침 햇살(旭光)이 뻗어나가는 것을 형상화한 깃발로 일제시대 일본군의 군기였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54년 발족 당시부터 자위함기로 욱일기를 채택해 왔다.

    일본군은 일제시대 때 욱일기를 앞세우고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시아 각국을 침략, 약탈했으며 주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도 자행했다.

    침략한 나라 국민을 위안부로 끌고 가 성노예로 삼았고 심지어 생체실험 대상(마루타)으로 삼았다는 끔찍하고 잔혹한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제시대 이러한 모든 만행의 중심에 군이 있었다는 점에서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욱일기는 독일 나치가 사용하던 하켄크로이츠와 같이 일각에서 ‘전범기’(戰犯旗)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 국제관함식에 일본이 해상자위대 함정에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다는 소식에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이다.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을 보면서 일제 만행과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함식은 해상에서 열리는 군함 사열행사이다.

    이번 제주 국제관함식에는 국내외 50여척의 함정이 참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군 함정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14개국에서 군함이 참가하고 우리나라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좌승함을 타고 사열한다.

    일본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다면 문 대통령이 우리나라 영해 안에서 침략과 군국주의의 상징을 용인하고 맞이하는 말도 안되는 형국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해상사열 때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방위상은 “자위함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이고 유엔해양법조약에서도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며 “(욱일기를 내리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요구”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 네티즌들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지금와서 떠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내년부터는 참가하지 말자”, “해상자위대의 풍습을 존중해야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왜 지금와서 문제를 삼느냐’는 반응은 과거를 돌아본 것이다.

    1998년과 2008년 부산 국제관함식 때도 일본 자위대함은 욱일기를 달고 참가했다.

    또 한일간 해군 교류가 20세기 말부터 본격화되면서 일본 자위대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과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일이 잦은 것도 현실이다.

    왜 그 때는 조용히 넘어갔다가 이제 와서 문제삼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크게 문제가 부각 안됐을 뿐이지 아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 여론이 크게 들끓은 것은 최근 일본 정부의 행태와 관계가 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서 보듯이 일본은 과거 침략과 만행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보이지 않고 있고 군사강국으로 가려는 우경화의 움직임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이런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우리 대통령의 해상사열에 참가하겠다고 나서면서 욱일기 자제요청을 비상식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적반하장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국제관함식을 주관하는 해군은 지난 8월말 해상사열 참가 함정에 자국기과 태극기만을 달아주도록 참가국에 통보했다.

    이것은 이번 욱일기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에 해상사열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한 기준으로 공지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욱일기 논란과 관계없이 이 기준에 따르면 된다.

    이번 욱일기 논란과 관련해 우리가 일본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국제법상 일본 함정은 일본 영토와 같은 것이고 그곳에서 국제법에 맞게 어떤 깃발을 게양할지는 일본 당국이 결정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제법에는 항해하는 선박에서는 국적을 나타낼 수 있는 깃발만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고 자위대함을 못오게 하는 것도 국제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일본의 자위대함을 초청한 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일제시대의 침략과 만행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피해국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관함식 때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분명해질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일본 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양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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