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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38년 만에 확인된 인면수심 만행, 끝나지 않은 5.18



칼럼

    [논평]38년 만에 확인된 인면수심 만행, 끝나지 않은 5.18

    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계엄군.(사진=5.18기념재단 제공)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어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성폭행 당한 피해자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술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국방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의 조사에서 밝힌 것이다.

    조사에서 확인된 성폭행 피해는 모두 17건이다.

    성추행과 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도 다수 확인됐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5.18 계엄군의 성폭력 사실을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가해자 등에 대한 조사권이 없는데다 시간 제약이 있어서 공동조사단의 조사가 5.18 당시 성폭력 범죄의 진상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성폭행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2명 이상의 군인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계엄군은 10대에서 30대까지 학생과 주부, 생업 종사자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 기억 속에 갇혀 당시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정신과 치료도 받아봤지만 성폭행 당한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라는 절규가 그것이다.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의 경우에는 수사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됐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과 임산부 등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도 벌어졌다고 한다.

    시위를 진압하러 간 계엄군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인면수심의 만행이다.

    5.18이 지난 지 38년만에야 그 만행을 국가 차원에서 확인한 것은 그동안 수차례의 진상규명노력을 부끄럽게 한다.

    이것은 5.18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계엄군 성폭력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공동조사단이 밝힌 것은 계엄군이 저지른 성폭력 행위의 전부가 아니다.

    공동조사단은 "시간적 제약 등으로 당시 일어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 지속적 홍보와 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31일로서 조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맡게 된다.

    하지만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시행된 지 40일이 지났지만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자신의 몫인 조사위원의 추천을 계속 미뤄 구성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하루빨리 출범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과 함께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보상이다.

    '성폭력 등 여성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국가기관의 인정과 사과표명, 재발방지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공동조사단의 제안은 즉시 수용할 만한 것이다.

    가해자와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죄도 늦출 수 없다.

    이번에 공동조사단은 특전사 등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가해자나 소속부대를 특정하고 작전당시 복장과 계급장도 확인했지만 이 부대가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계엄군의 병력배치와 부대 이동경로를 따져보면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공동조사단의 제안대로 5.18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고백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38년만의 진상규명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5.18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 앞으로 또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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