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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한반도 평화와 미군



뒤끝작렬

    [뒤끝작렬] 한반도 평화와 미군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의 포진지가 닫혀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봄이 되면 고향 남한강변 모래사장에 헬리콥터가 새까맣게 내려앉던 시절이 있었다. 마을 근처 산에서도 국군이나 미군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팀스피리트 훈련이었다.

    미군들은 아이들을 보면 '컴온 베이비!'라고 하면서 껌이나 초코렛을 나눠줘 꽤나 인기가 좋았다.

    학교에서도 미국은 6.25때 우리나라를 지켜준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자이고 강한 나라, 좋은 나라라고 가르쳤다. 실제 6.25때 미군 3만7천명 이상이 전사했다.

    지난 31(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두 나라 국방장관이 서명한 '연합방위지침'은 6.25전쟁 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진 직후인 같은 해 10월 체결됐는데 한국이 방위를 위해 외국과 맺은 최초의 군사동맹이고 지금까지도 유일한 동맹조약이다.

    당시 휴전을 반대하고 북진을 주장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의 일방적인 석방 등으로 미국에 저항하면서 얻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물론 당시 소련과 중공을 견제하며 동북아 패권 경쟁을 하던 미국의 이익과도 결부돼 있을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이 그들의 군대를 한국영토에 배치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토대로 한국이 남북대치의 안보불안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부분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지속적인 미군 주둔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의 연장에서 지난 31일 합의된 한미 연합방위지침과 공동성명은 의미가 있다. 한국군의 숙원인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연합사령부를 존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전작권이 환수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해 한미연합사가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 미래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최강대국임을 자부하는 미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이번에 다 불식됐다.

    미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비핵화 대화에 앞서가는 군사분야 합의에 못마땅해 함으로서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거나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9.19 군사합의를 지지하느냐는 질의에 분명하게 '예스'라고 했다.

    SCM 공동성명 역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실질적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그 이행과정에서 한미 국방당국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지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 군이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작권을 환수 받기 위해서는 주도적으로 연합방위체제를 이끌 수 있는 기본운용능력(IOC)과 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 받아야 한다.

    또 한반도 안보환경에 큰 문제가 없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북핵·미사일의 해결과 신뢰구축을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정권시대였던 80년대 대학가에는 미국 반대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넘쳐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이 신군부의 시민학살을 방조했거나 용인했다는 의혹이 컸다.

    2002년에는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어린 여중생 2명(효순,미선)이 깔려 숨지면서 거센 반미감정이 일었다.

    북한의 ICBM 위협에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며 북미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우리나라를 '안보무임승차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툭하면 한미연합훈련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짜증도 잘 낸다. 2015년에만 우리나라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 전기료와 세금감면 등 다양한 직간접적 비용으로 연간 3조원 이상을 썼는데도 말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또 상대에게 충격을 줘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 내포돼 있다고 하지만 안하무인식 오만방자한 언행을 접하면 '그래? 주한미군 철수해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에게 요즘은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잘 해결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기를 기대하며 응원하고 있다.

    수십년 미 제국주의 타도와 미군철수를 입버릇처럼 주장하던 북한도 최근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니 다행이다.

    정부 역시 미국과의 공조나 동맹관계가 삐걱거려 안보불안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데 열심이고 민감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국제관계는 늘 바뀌기 마련이고 합의와 약속, 조약조차도 자국의 이익에 우선하다보면 깨질 수 있다. 트럼프의 특기 아닌가? 또 미국이 다 옳은 것만도 아니다.

    그래도 미국과의 동맹이 우리에게 이득이고 그들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당연히 협력하고 관계를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미군이 먼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주둔할 필요가 없는 시대, 미국의 필요에 따라 미군이 주둔하려면 우리나라 허락을 받고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시절이 오길 바란다.

    미군철수를 주장하면 종북좌파라고 욕먹고 미국이 작은 콧바람만 내도 도에 넘게 안보장사를 하고 그것을 비판하며 자중지란하는 세태를 후세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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