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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교수 문제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제주대



제주

    갑질 교수 문제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제주대

    제주CBS 연말기획④ 제주대 갑질 교수 사건
    올 한해만 두 건의 갑질 교수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
    갑질, 성희롱 교수부터 치료사 상습폭행 교수까지
    학생·치료사 용기로 오랜 갑질의 고리 끊기도

    사진 왼쪽이 학생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은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 오른쪽이 치료사 상습폭행 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산 제주대병원 재활센터 여교수다. (사진=자료사진)

     

    올해 제주대학교는 두 차례에 걸친 갑질 교수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됐다. 하나는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 또 하나는 제주대병원 재활센터 교수의 갑질 사건이다. 이들 모두 대학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학생들과 치료사들에게 수년간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한해를 정리하는 제주CBS 연말기획, 29일은 네 번째 순서로 '제주대 갑질 교수 사건'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제주 4·3 70주년 의미있는 진전 그러나 '산넘어 산'
    ② 이석문 제주교육 일선학교와 소통교육 시험대
    ③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④ 갑질 교수 문제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제주대
    두 건의 제주대 교수 갑질 사건 모두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울 정도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년간 고통을 겪어온 학생들, 치료사들의 용기가 없었으면 공개되지 않았을 사건들이다.

    ◇ 성희롱, 갑질 일삼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A교수의 갑질은 지난 6월 4학년 학생들의 용기로 공개됐다. 학생들은 학내 집회, 대자보를 통해 수년간 해당 교수가 갑질,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A교수의 갑질 행태를 보면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상대로 집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수업시간에 여학생에게 "남자친구와 진도 어디까지 갔어? 잤어?"라고 말하거나 복도를 지나가는 여학생에게 "야 냉커피 두잔, 섹시하게 타와 봐"라고 말하는 등 수시로 학생들을 성희롱했다.

    또 수업시간 발표 중에 학생을 책상 위에 눕혀 수업도구처럼 사용한다든가 발표 준비가 미흡하면 "버러지같이 하냐"고 폭언하거나 창문을 열어 뛰어내리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자신의 집 인테리어 공사를 시키거나 수시로 도시락과 담배를 사오라고 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일삼았다.

    특히 학생들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품에 수차례에 걸쳐 자녀의 이름을 임의로 끼워 넣기도 했다. 해당 자녀는 작품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교수의 강압에 못 이겨 자녀 이름을 넣어야만 했다.

    학생들의 폭로 직후 진상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지난 11월 1일 해당교수를 파면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을 사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A교수는 현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학내에 붙여진 대자보들. (사진=고상현 기자)

     


    ◇ 환자 이송중인 치료사들 때리고 밟은 제주대병원 교수

    지난달 27일에는 제주대병원 재활센터 여교수의 치료사 폭행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며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이뤄지던 '환자 평가' 시간에 촬영된 영상에는 교수가 치료사들을 상대로 옆구리를 꼬집거나 때리고 발을 밟는 모습이 담겼다.

    보통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회복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촬영이 이뤄지는데, 영상 녹화가 진행되는 걸 알면서도 교수는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 폭력 행위가 일상화됐다는 걸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교수의 폭력 행위가 주로 수술 회복 환자를 침대나 입원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자칫하다 낙상사고로 이어질 경우 환자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는 폭행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상대로 공개된 장소에서 상습적으로 인격모독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 장애가 있는 치료사에게 교육 시간을 늦었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인도 아니면서 알람소리도 못 들었냐"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면박을 줬다.

    신입직원들을 상대로는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교육 보낸 게 아깝다"는 식으로 인격을 모독했다.

    교수의 오랜 폭행‧폭언 행위는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다가 지난 9월 병원에서 이뤄진 갑질 문화 개선 캠페인을 통해 드러났다.

    병원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재활센터 안에서만 유독 폭행, 폭언 피해가 속출했던 것이다.

    특히 의료연대 제주지부가 폭행 영상을 공개하며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었고, 현재 교수는 직위 해제 상태다. 조만간 제주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교수는 상습폭행,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제주대병원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병원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학생·치료사 용기로 공개...오랜 갑질의 고리 끊었다

    두 건의 사건 모두 수년간 갑질이 이뤄졌지만 학생들, 치료사들은 오랫동안 꾹 참고 아파해야만 했다.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A교수의 경우 학교에서 취업과 학점 평가의 영향력이 있었고, 제주대병원 여교수 역시 재활센터 과장으로 있으면서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과 치료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배들, 동료 치료사들을 위해 용기를 내서 갑질을 폭로했다.

    손수 제작한 대자보와 현수막을 학교와 병원 내에 걸었고, 점심시간이나 수업 외 시간에 짬을 내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용기와 노력이 오랫동안 이어진 갑질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

    특히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갑질 교수 사건의 경우 제주대가 학교 명예 실추를 우려하며 학생들의 외부 폭로를 막기 급급했던 점은 갑질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공동체를 강조해온 제주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행동에 대해 도민사회는 놀라고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학생들이 학교 본관 앞에서 갑질 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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