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심석희에게 전한 편지.(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위로의 편지와 선물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심석희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27일 "지난 24일 영부인께서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에게 전달해 달라며 편지와 녹색 머플러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선물을 전해받은 심석희가 26일 오후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영부인께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편지 내용에는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파하며 혼자 눈물 흘리며 속으로만 담아두었을 고통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싶다"는 위로의 내용이 담겼다. 또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견디던 방에서 걸어 나오면서 꿈을 향해 달려온 길을 더 이상 못 가게 될까 봐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과 이 사회의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내줘 고맙습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선물은 초록색 머플러였다. 김 여사는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초록은 겨울을 딛고 일어나 봄을 만듭니다"면서 "석희 씨가 희망이 돼 줘 봄이 더 빨리 올 거예요"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다음 달 1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막하는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심석희가 맨 머플러는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심석희는 김 여사에게 보낸 답장을 통해 최근 성폭력 피해를 밝힌 처음으로 소회를 드러냈다. 심석희는 "운동선수 이전에 심석희라는 한 사람으로서, 한 여자로서 큰 용기를 냈습니다"면서 "오랜 시간을 혼자 견뎌왔던 것은 외로움과 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심석희는 "힘들었을 저를 헤아려주시고 보듬어 주시려 하는 마음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면서 "또한 어딘가에서 또 힘든 시간을 외롭게 견디고 있을 분들에게 저도 큰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고 힘을 냈다. 또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영부인님의 응원에 힘입어 차분히 잘 찾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면서 "그리고 더욱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이날 심석희는 대표팀 동료와 함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를 위해 출국했다. 심석희는 이날 야구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목에는 녹색 머플러를 둘렀다. 김 여사가 전한 선물이다.
임상혁 변호사는 "편지를 전달한 청와대 비서관에 따르면, 김 여사와 심석희는 전국체전과 성화봉송 때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중 심석희가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경기장을 찾은) 대통령과 본인 때문에 소란스러워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