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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영웅 조조, 중국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문화 일반

    간사한 영웅 조조, 중국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중국인이 바라본 불세출의 지략가 조조

    영화 '적벽대전'중 조조가 말을타고 기동하는 한 장면

     

    조조의 연작시 '步出夏門行'(보출하문행)
    신령한 거북이 오래 산다지만 언젠가는 죽는 법.

    등사가 안개타고 날아간들 끝내 흙먼지가 될 터

    구유 앞 웅크린 늙은 천리마, 뜻은 여전히 천리 밖이요.

    열정 있는 자는 늙어도, 큰 배포 다함 없네.

    세상사 승패의 때가, 하늘 뜻에만 달렸으랴.

    몸 마음 잘 돌보며, 길게 갈 수 있으리라.

    얼마나 행운인가! 노래로 이런 뜻을 읊조릴 수 있으니.


    위 노래는 훗날 위(魏)나라 무제(武帝)로 추봉된 조조(AD 155-220)의 연작시 '步出夏門行'(보출하문행) 총 4수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夏門(하문)이란 낙양(洛陽) 북녘 서쪽의 성문을 말한다. 당초의 실력자였던 원소(袁紹, AD ?-202 )가 '관도(官渡)전투' 대패 후 죽고 그 아들들이 북방의 유목민족(烏桓)에게 달아나 그들과 연합하자 조조는 207년 여름 북벌을 단행하게 된다.

    그 귀로에 탄생한 것이 이들 연작시다. 조조 나이 53세 즈음, 천하패권의 승기를 잡고 삶 전체를 담대하게 조감하는 냉철하고도 뜨거운 감개가 전해진다.

    큰 바다의 장엄한 광경을 빌어 천하패권의 야망을 토로한 '觀滄海'(관창해) 북방정벌에서 돌아오는 길의 풍물을 그린 '冬十月'(동십월) 황하 이북의 겨울풍경과 민간풍속을 담은 '土不同'(토불동) 에 이어, 육신은 노년에 접어들었으나 굴하지 않는 기개와 천하통일의 웅지를 드러낸 게 바로 이 제4수 '龜雖壽'(귀수수)

    천리 주행의 포부가 여전한 늙은 천리마에 자신을 비유하되, 신령한 거북이나 등사 같은 영물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유명무실하나마 황제가 존재하는 터, 龍(등사의 완성태)을 함부로 들먹이지 않은 채 백전노장의 자신감과 낙관을 과시하는 신중함이 있다. 마지막 두 구는 악부시 특유의 상투적 추임새다.

    한국에도 '조조 같은 놈'이라는 욕이 있고, 중국 속담 '조조도 제 말하면 온다(說曹操曹操就到)'의 주인공일 만큼 조조는 '사납고 야심만만한 영웅(梟雄)', '간사한 영웅(姦雄)'의 대명사로 악명 높았다.

    그러나 역사를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삼국지연의>를 벗어나면 조조는 걸출한 정치인이자 군사가이며 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문인일 뿐 아니라, 실제 그 시대의 승자였다.

    226년 사마(司馬)씨의 진(晉)에 밀려 5대(45년)로 끝난 '조씨 천하'이긴 하지만, '조씨3부자(操-丕-植)'의 재능과 극적인 삶은 중국문학사-정치사를 통해 영원하다.

    조조 인물도

     

    지난 십 수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대한 문제의식의 공감대가 확산돼 왔다.

    촉나라를 정통으로 삼고 유비를 도덕군자형 리더로 그리는 기조, 일방적 조조 폄하 등이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조의 뼈아픈 패배 '적벽전투'를 오랜 세월 각종 전통연예의 단골소재가 되게 한 것은 분명 <삼국지연의>의 매력이었으나 21세기 들어 달라진 해석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다.

    미디어가 표현한 조조 역시 매력적이다. 중국중앙방송(CCTV) 교양프로 '백가강단(百家講壇)'의 강연시리즈(品三國, 2006)'에서 조조에 대한 재해석이 주목 받았다.

    2탄까지 나온 <적벽대전>(2008, 2009)에서 조조는 꽤 멋진 인물이지 않았던가. 또 2012년 <황제의 반란(銅雀臺)="">에서 저우룬파(周潤發)가 분한 조조는, 무능한 황제를 끼고 자신을 향한 살벌한 암살 위협 속에 천하통일의 과제로 고뇌하는 우국지사의 면모마저 느끼게 했다.

    <삼국지 바로읽기="">(김운회, 2004), <문화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삼국지="">(김진국, 2013-2015) 같은 칼럼 모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삼국지 인물들에 대한 자기동일시 및 타자화를 두루 경험한 주변국 지식인이기에 가능한, 나름의 재미와 깊이가 있다.

    출간(1522) 이래 한자문화권 공통의 스테디셀러 <삼국지연의>로 정착된 조조의 악명이 한국, 중국에서 각각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극복될 지 흥미롭다.

    ※본 기사는 중국 인민화보사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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