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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염정아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되죠"



방송

    'SKY 캐슬' 염정아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되죠"

    [노컷 인터뷰] 'SKY 캐슬' 한서진 역 염정아 ①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SKY 캐슬' 종영 기념 염정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무려 '그레이스 켈리'보다 진주목걸이가 더 잘 어울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우아함과 고상함을 타고난 것 같은 사람. 돈 있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철저히 배타적인 고급 저택 '스카이 캐슬'에서도 리더 격. 두 딸의 자녀교육과 내조, 집안일은 기본이고 여기저기 처세까지 수월하게 해내는 여자.

    한서진은 아무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겉과 달리 실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처자식을 걸핏하면 때리던 주정뱅이 아버지, 별 볼 일 없는 집안, 곽미향이라는 이름까지. 남편과 시어머니 말고는 16년 지기 이웃에게까지 숨겨 온 '보통 아닌' 인물이다.

    거기다 애들 교육에도 극성스러웠다. 종종 미디어를 장식하는 '대치동 맘'의 현신으로 보일 정도로. 잘 보여야 할 사람, 마음껏 바닥을 드러내도 되는 사람을 구분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아이의 서울의대 합격'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질주하고, 필요할 때는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며, 수틀리면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한서진을 비난하거나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한서진에 이입하고 열광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모두에게 욕먹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한서진 캐릭터를 살린 데에는 염정아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극을 주도하는 다섯 명의 여성 캐릭터 가운데서도 가장 풍부한 서사를 가진 한서진으로 활약한 염정아를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입시를 소재로 해 타깃 시청 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그는 '신드롬급' 인기에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본인 연기 호평에 관해서는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 'SKY 캐슬'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캐릭터 한서진 역을 맡았다. 조현탁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적 동반자'라고 표현했고, 배우들도 자주 언급할 정도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버팀목 역할이 돼 줬던 것 같다.

    ('예술적 동반자'라는) 그런 표현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었고 감사했다. 근데 조현탁 감독님은 작품 준비하면서도 그렇고, 촬영 현장에서도 저한테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하게 된 시작이 조현탁 감독님이었으니까. (* 두 사람은 이전에도 JTBC '마녀보감'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염정아가 맡은 한서진 캐릭터는 보통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분류되는 캐릭터였다. 자식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극성스럽게 입시에 매달리고, 자신이 세운 서열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으며 때론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사진=JTBC 제공)

     

    ▶ 한서진이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 방향을 잡아갔는지 궁금하다.

    제일 처음에 잡고 간 건 일단 모성애다. 한서진이 어떤 행동을 해도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딱 고거 하나, 모성애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모성으로 자기 아이만 알고 너무 이기적이긴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건 모성애이기 때문에 그걸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서진이 평상시에는 굉장한 교양과 우아함을 장착하고 있지만 자기 수틀리게 하면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 하지 않나. 이런 것들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 혹시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는지.

    일단 대본 숙지를 완벽하게 해내는 게 중요했다. 제 캐릭터뿐 아니라 전체 대본의 흐름을 많이 읽으려고 했다. 나머지 스타일링이나 이런 건 알아서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 한서진은 곽미향일 때의 과거가 있다. 곽미향에서 한서진이 되기까지의 전사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제가 처음 들어갈 때 들었던 얘기는 학교 선생님 잠깐 했었고 사고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거였다. 거기서 강준상(정준호 분)을 봤고, (강준상과) 김은혜가 연인 관계라는 걸 알게 됐는데 (제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던 거 같다. 그러니까. 뭐. (웃음) 제가 알고 있는 건 그렇다. 그 얘기는 시놉에서는 제가 못 본 거 같은데.

    좀 아이러니한 게 강준상이 좀 그런 게 (웃음) 혜나(김보라 분)랑 예서(김혜윤 분)랑 동갑이지 않나. 그게 조금… (일동 폭소) 강준상이 얘기하는 뉘앙스로 봤을 때는 '이 여자(김은혜)가 날 싫어서 떠난 줄 알았어, 네가 떠나게 한 줄 몰랐어'라는 얘길 하는데 아마 그사이에 제가 무슨 계략이 있지 않았겠나. (일동 폭소) 그 장면은 정말 못 박는 대사가 있다. (제가) '너 벌 받을 거야' 이랬더니 '난 이미 벌 받았어. 내가 은혜를 버리고 너 같은 걸 만났잖아' 이런다. 이 말은 진짜 가슴에 못이… (웃음)

    ▶ 한서진은 할 말 다 하고 사는 것 같지만, 상처받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특히 남편이나 시가 쪽에서.

    네! 아니 진짜 어머니한테 사실대로 뭔가를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 하는데 (어머니가) '네 감정은 듣고 싶지 않다' 딱 잘라버리시지 않나. (웃음)

    남편 강준상(정준호 분)이 첫사랑 김은혜(이연수 분)과 통화한 것을 몰래 듣고도 태연한 척했던 한서진은 혼자 있을 때에야 숨겨두었던 표정이 나왔다. (사진='SKY 캐슬' 캡처)

     

    ▶ 선악의 구별을 두자면 한서진은 악인에 가까운데도 이해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의를 대변하는 이수임 캐릭터는 한때 오지랖이 넓다는 평을 들었는데.

    이미 제가 생각하기엔 그런 게 많이 깨진 거 같다.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의 그런 거가 많이 깨진 것 같다. 예전에 '하얀거탑' 장준혁 역할도 그랬고. 저도 그 역할(장준혁 캐릭터)에 되게 몰입했고 그 역할을 되게 응원하고 그랬다. 뻔히 너무 욕망 덩어리이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돼서. 좀 달라진 것 같다, 인식 자체가. 이수임은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사실. 그래도 그런 얘기(이수임을 향한 비판적인 반응) 듣고는 마음이 안 좋았다. (감독님도) 힘드셨을 거다.

    ▶ 한서진은 극중 인물 중 가장 속내가 자세히 드러났다. 이런 점이 연기할 때 부담되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저는 작가 선생님이 써 주신 대로 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좀 다양하게 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손동작이나 근육의 떨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의 연기까지도 화제를 모았다.

    저는 그냥 연기를 했다. 그걸 잡아주신 카메라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고. 그걸 알아봐 주시는 시청자분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다 못 한다. 감독님이 모니터하신다. 궁금하면 와서 보라고 얘기하시는데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볼 시간이 없다. 제가 그렇게 해서 시간 다 잡아먹으면 진도가 안 나가니까.

    (감독님은) 정말 귀도 찍었다. 귀를 찍는 건 알고 있었다. 항상 어떤 앵글을 잡을 때 '요런 앵글입니다' 하고 설명해 주셔서. 근데 그것도 느낌이 있더라. 그리고 거의 카메라를 들고 찍으셨다. 미세하게 들어왔다 나갔다 옆으로 갔다 커졌다 작았다 하면서 배우가 연기하면 그 감정을 같이 간다, 카메라 감독님이. 진짜 대단하다. 배우들이 연기 잘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걸 훨씬 더 시청자들에게 잘 와닿게 한 게 카메라 무빙인 것 같다.

    ▶ 카메라 앵글도 독특한 게 많았다. 뒷모습만 클로즈업한다거나, 입술에만 집중한다거나, 손만 보여준다거나. 너무 타이트하게 들어오면 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크게 들어오지? 크게 들어오지?' 이랬는데 방송을 보고 (그 방법이) 내 연기를 얼마나 실감 나게 보여주는 건지 알았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카메라) '들어오세요~' 이런 맘이었다. (웃음)

    'SKY 캐슬'에서는 다채로운 각도의 장면이 등장했다. (사진='SKY 캐슬' 캡처)

     

    ▶ 김서형 씨 인터뷰를 보면 유현미 작가가 김주영(김서형 분)과 한서진을 동일 선상에 있는 쌍둥이 같은 캐릭터로 설정했다던데. 혹시 김서형 씨와 이 부분을 얘기해 본 적이 있나.

    저는 처음 들었다. 워낙 친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면 한서진과 김주영으로 만났기 때문에 저희는 팽팽했던 것 같다. 현장 자체가. 그리고 다른 사담을 못 나눴다. 워낙 할 대사가 많았고, 그 긴장감이 풀어지면 저희 감정이 카메라를 통해서 도저히 나갈 것 같지 않았다.

    ▶ 'SKY 캐슬'에는 다양한 인간상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센 캐릭터는 누구였다고 보나.

    김주영이 가장 센 캐릭터라고 봤는데 한서진이라고 얘기하는 분도 계시더라. 제 입장에서는 김주영한테 반론을 제기하러 갔다가 (웃음) '네, 쓰앵님~' (웃음) '선생님만 믿을게요' 하고 항상 나왔으니까. (일동 폭소) 최강자는 김주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들한테는 아갈머리를 찢느니 해놓고 김주영한테는 '그럼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항상 그랬으니까. (웃음) 그게 자식을 맡긴 사람이 약자란 생각에 그런 것 같다. (김주영이) 말을 또 좀 잘하나.

    ▶ 반대로, 가장 안쓰러웠던 캐릭터는 누구인가. 본인 제외하고.

    다 그렇다. 차민혁(김병철 분)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고, (차민혁에게) 그렇게 애쓰며 사는 맞추며 사는 노승혜(윤세아 분)도 그렇다. 우양우(조재윤 분)-진진희(오나라 분)는 별로? (일동 폭소) 너무 정상이어서. (웃음) 이수임네도 가장 이상적인 사람들이었고… 강준상도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다. 정말 공부만 해 가지고 세상 물정 모르고 계속 자기 옛날에 전국 1등 했던 거 계속 얘기하고. (웃음) 저 싸가지도 없는 게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며. (웃음)

    또 안타까운 사람이 김주영이다. 김주영의 과거사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케이(조미녀 분)와의 관계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 여자도 결국 엄만데 왜 저런 선택을 해서 자기 인생을 저렇게 파멸시킬까 생각했다. 조선생(이현진 분)도 안타깝고. (웃음) 여러 인물이 다들 안타까운 면을 하나씩 다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불쌍하고. 혜나는 진짜 불쌍하죠.

    배우 염정아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5개월 동안 한서진으로 살았는데, 해 보니까 어떻던가. 한마디로 정리해 본다면.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된다. (웃음) 저희 드라마가 얘기하는 게 그런 것 같다. 물론 다른 잘못된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여러 가지 엄마가 있고 부모상을 보여주는데 한서진 같은 엄마가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근데 사실은 (한서진이) 있을 수도 있는 엄마이지 않나. 저는 제가 한서진을 연기했지만 객관적으로 한서진이라는 사람을 봤을 때 좀 안타까운 면이 많았다. 자기 생각에 갇혀서 내가 어떻게 자식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는지도 모르고, 그게 옳다고 믿으니까.

    ▶ 'SKY 캐슬'은 사교육에 매달리는 학부모, 특히 엄마들의 이야기가 주가 됐고 고액을 받고 컨설팅을 담당하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나왔다. 드라마 이후 코디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데.

    근데 실제로 관심 있고 궁금하긴 한데, '내 아이는 코디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많더라. 막상 하기엔 좀 겁이 나는 게 있는 거다. (웃음) 아니, 한서진은 드라마 속에서도 우리 딸 서울의대 보내겠다는 생각 하나로 김주영(김서형 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딸을) 맡기지 않나. 근데 예서(김혜윤 분)가 저를 밀어내고 김주영에게 안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 찍을 때 가슴이 찢어졌다.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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