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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정권 바뀌면 불거지는 기관장 사퇴압력 논란의 교훈



뒤끝작렬

    [뒤끝작렬]정권 바뀌면 불거지는 기관장 사퇴압력 논란의 교훈

    보훈처 산하 기관장들에게 동시다발적 사퇴압력 드러나
    법에는 임기보장…눈치 없는 버티기에 은밀한 사퇴압력 풍토

    (일러스트=노컷뉴스)

     

    정권이 바뀔 때 불거지는 공공기관장 사퇴압박 논란은 이명박 정부때 가장 심했다.

    중심에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전원일기 김회장의 아들 유인촌 전 장관이 있었다.

    그는 2008년 3월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단체장들을 향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끝까지 자리에 연연한다면 재임 기간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사퇴압력을 가했다.

    이 압박이 효과를 발휘해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신현택 예술의 전당 사장이 잇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막무가내식 사퇴압박이 본인의 생각인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기관장의 임기보장)'을 부정하며 예술가들의 사퇴를 종용한 것에 대해 여론이 들끓었다. 야당(당시 민주당)이 강력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2009년 10월에는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으로는 드물게 임기를 만료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조선희 전 한국영상자료원장 역시 당시 사퇴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헌 전 의원(민주당)이 제기한 것으로 조 전 원장이 책 ‘클래식 중독’ 에필로그에서 "문화부의 한 간부가 만나자고 했고 결심만 서면 즉시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쓴 것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조 전 원장은 책에 " 사표는 낼 수 없으니 해임해 달라. 정기감사 결과를 잘 들여다보면 직무태만이나 그런 사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썼다.

    이밖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장명호 아리랑TV 사장,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18명이 줄줄이 옷을 벗어 이른바 '문화대학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유인촌 장관이 마구잡이로 쏟아낸 기관장들에 대한 막말성 사퇴압력은 무식하고 거칠었을망정 새로이 권력을 잡은 편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했다는 면에서 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기관장 사퇴압박 논란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환경부 산하기관장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논란에 이어 현정부 들어 대표적 적폐로 꼽혔던 국가보훈처 산하기관장들에 대해서도 사퇴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처와 당사자들에 따르면 김옥이 당시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의 경우 작년 7월 보훈처 A국장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B모 과장이 새벽에 원주시에 있는 공단으로 찾아와 사퇴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김종해 전 88컨트리클럽 대표에 대해서도 보훈처의 한 국장이 직접 골프장으로 찾아와 기관장 전체에 대해 사표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경영실적을 내세우며 버텼지만 결국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윤봉길 의사의 증손녀로 잘 알려진 윤주영 전 독립기념관장은 보훈처의 사퇴압박에 대해 "BH(청와대) 뜻이라는데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하는 예유가 이 정도냐"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원장은 그럼에도 임기를 다 채우긴 했다. 보훈처가 물러나게 하려고 했지만 청와대가 말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어떻든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새로운 권력이 된 쪽은 당연히 철학과 정책에 대한 이해,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이들을 주로 기용해 쓸 수 밖에 없다. 정당의 존립 이유이기도 하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이뤄 선거를 치르고 정권을 잡으면 뜻을 펼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인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장들의 경우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임기보장이 법에 명시돼 있는 것인데 은밀히 사퇴압력을 가해 자기 사람들을 앉히려다 보니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국회에서 공공기관장 임기보장 조항을 없애거나 정권이 바뀌면 모든 기관장이 의무적으로 사표를 내도록 한 뒤 다시 검증을 하고 함께 더 가야할 인사들에게는 사표를 반려해주면 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 훨씬 더 커지는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한묶음인 기관장 사퇴압박 논란을 불편하게 보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법에 대한 검토 없이 내가 하는 것은 로맨스라는 식으로 남의 허물만 들춰내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눈치 없는 기관장들의 버티기와 치사한(?) 사퇴압박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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