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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핵폐기물이 쌓인다" 고준위방폐물 포화율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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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 핵폐기물이 쌓인다" 고준위방폐물 포화율 77%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8,115다발, 3425톤 달해
    산자부, 한수원 조밀저장대로 저장용량 늘리는 편법으로 연명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 국회와 산자부에 대책마련 촉구

    고리원자력본부에 임시 저장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포화율이 77%에 달한다. 2024년에 포화율 100%에 도달할 전망이다. 부산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사진=부산 CBS)

     

    "시골집 재래식 화장실 생각해 보세요. 대변이 쌓이고 또 쌓이고…그러다 넘치겠죠? 넘치면 도리가 없습니다. 현재 부산의 상황입니다. 그게 대변이 아닌 핵폐기물인 거죠"

    부산의 한 학자의 이야기다. 부산 고리원전 앞마당에 쌓여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한 엄중 경고다.

    원전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즉 고준위폐기물은 고리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용량은 2015년 6494다발이었던 것이 2016년 7224다발, 2017년 7994다발로 매년 증가했다.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8,115다발에 이른다.

    포화율은 77.2%에 달한다. 2024년에는 포화율 100%다.

    사용한 폐핵다발은 높은 열과 방사선이 계속 방출된다. 최소 10만년이상 격리돼야 사라질 정도로 위험하다.

    고준위방폐물의 노출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원전 내 임시보관한 사용 후 핵연료 때문에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고준위폐기물 포화율이 빠르게 높아지자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은 임시방편을 썼다.

    임시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조밀저장대를 통해 사용 후핵연료 간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린 것이다.

    이같은 편법으로 최근 6년간 수차례 조정해 포화시점을 지연시키는 등 임시방편으로 급한 불 끄기에 급급했다.

    조밀저장대를 이용하지 않고 애초 계획대로였다면 고준위방폐물 포화시점은 고리는 2016년, 한빛 2019년, 한울은 2021년까지다.

    이를 2028년, 2023년, 2026년으로 일방적으로 늘렸다.

    법적 기준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내 즉 30km 이내 대다수 부산시민이 살고 있는데 산자부와 한수원이 부산시를 이 논의에서 배제한채 일방적으로 고준위방폐물 저장용량을 증설했다. 지자체 패싱이다.

    고리 권역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다. 인근 반경 50km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조선, 자동차, 기계, 화학 등 국가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기간 산업이 밀집해 있다. 인구 500만 여명이 거주하는 대도시권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조밀저장대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원래 저장했던 것보다 더 조밀하게 폐핵연료봉을 저장하다 보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중성자 쪼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과학기술로 이를 해결하는 신기술이 있다고 해도 과학의 불확실성으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고준위폐기물을 조밀하게 저장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은 어디에나 있다. 100% 안전은 어디에도 없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안절부절 외줄타기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고준위폐기물 처리방안은 조속히 해결할 수 없다. 더 많은 논란과 갈등이 있더라도 더 많이 논의하고,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장기적, 단계적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사진=부산 CBS)

     

    고준위폐기물 저장용량이 포화상태라는 것은 고리1호기의 해체가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리원전 1호기 발전소 내부에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해 본격적인 해체작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채 계류된 상태다.

    결국에 부지 선정이 가장 큰 난제다. 정치의 이해득실, 게다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부지 선정도 하세월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준비단을 발족한바 있다.

    준비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안)'을 재검토하는 공론화를 올해 안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또한 인적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원전의 운전, 핵폐기물 처리 등은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매번 핵폐기물 저장시점이 임박해서야 졸속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렸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반감이 높은 이유는 원전과 관련된 운전,사고,처리 등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대로된 컨트롤타워를 세워 원전의 에너지 정책, 이에 따른 핵폐기물 처리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며 이 과정을 공개해야 방사성폐기물과 관련된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도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시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등과 만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번 국회 방문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제274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방치에 대한 대정부·대국회 건의문'의 후속 조처다.

    의원들은 △중간저장시설 건설 계획 수립, 관련 절차를 조속히 이행할 것 △임시저장시설 증설 반대 △원전 안전관련 정책에 대한 지자체 의견 반영 △협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도시안전위원회 박성윤 위원장은 "고준위방폐물에 관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에 인접한 부산, 울산, 경남 시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시민의 안전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원전 정책, 원전 폐기물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부의 결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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