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뒤끝작렬] '북한'부터 꺼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계는 '뜨악'



뒤끝작렬

    [뒤끝작렬] '북한'부터 꺼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계는 '뜨악'

    5일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술 교류와 공동기획 특별전 의지 드러내
    북한 접촉 창구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이 구상만 밝혀
    3년 안에 한국 근현대미술사 통사 정립하겠다는 포부도
    미술계 반응 싸늘 "역사가도 아닌 국현 관장이 할 일인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진=조은정 기자)

     

    윤범모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69)은 취임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내정된 '코드 인사'라는 의심 속에서, 고위공무원 역량평가를 탈락하고도 다시 기회를 부여받아 비판을 키웠다. 한국 미술계를 이끌 큰 기관의 수장을 뽑는 과정에 공정성 시비가 일면서 큰 스크레치가 났지만, 임명이 이미 결정된 마당에 지켜보자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데 취임 한 달 만에 기자들 앞에 선 윤 관장은 '북한'과 '미술사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꺼냈다.

    윤 관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공적 기관과의 교류를 모색하며 소장품 교류전시, 분단 극복을 위한 공동 기획 특별전 등의 주제들을 개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해 예산만 600억원이 넘는 국내 미술계를 이끌어갈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이 '북한 미술'에 관한 협력 구상을 내놓자 당연히 기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키워드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었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윤 관장은 접촉하겠다는 북한의 공적 기관이 어디인지, 미술 교류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는 남북미술 전시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 "혼자하는 일이라면 내일이라고 하고 싶지만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협의체로 가야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북한 관련 질문들이 이어지자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뭐하다", "적절하게 대처할 생각"이라는 식으로 직답을 피했다.

    최근에 북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제 선전 목적인 북한 미술에 대해서는 아직 풀어가야 할 논의들이 많다.

    냉정하게 현재 북한과는 미술은 커녕 문화재 교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에 북측 문화재를 함께 전시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고, 태조 왕건상 자리는 썰렁하게 비워둔 채로 전시가 끝났다.

    윤 관장은 나아가 '북한'과 연계지어 '미술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윤 관장은 "한국 근현대미술사 통사 정립을 통해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수립하는데 진력하겠다"며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 연구팀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특별팀까지 만들어 '통사' 작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대 작가들을 어떻게 지원, 발굴할 것인지, 앞으로 어떤 전시를 기획할 것인지 등 현대 미술의 비전을 읽기는 어려웠다. '현대'가 아닌 '과거'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학예사들의 인력 부족 문제와 법인화가 무산되면서 해결해야 할 직원들의 정규직 채용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지만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처럼 첫 공식석상에서'북한'과 '역사'를 꺼내든 윤 관장에게 미술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 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지켜보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윤 관장이 오면서 민중 미술이 키워질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북한 미술까지 나아갈지는 몰랐다"며 "통사를 3년 안에 정리한다는 것도 국현 관장의 일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드 인사 비판,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킬 비전과 추진력을 보여주길 내심 기대했지만 머릿속은 물음표만 가득하다. 기자도, 국민도 국립현대미술관을 더 주의깊게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