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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연동형비례대표제, 독재국가 만든다?



국회/정당

    [팩트체크] 연동형비례대표제, 독재국가 만든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례대표제를 없애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국당은 지난 10일 300석인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놨다.

    한국당의 돌발 개편안에 여당과 다른 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제에 불편한 심기를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분권에 대한 논의도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건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통령 분권을 위한 내각제 개헌이 아니고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할 수 없다"며 선거제 개편에 앞서 또는 동시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면 '대통령 독재국가'가 될까?

    ◆ 양당제 강화하는 현행 선거제도

     


    프랑스의 정치학자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1951년 그의 저서 '정당(Political Parties)'을 통해 "다수제로 대표를 뽑는 경우 양당체제가 된다"고 증명했다.

    뒤베르제의 설명에 따르면, 1위만 뽑는 선거제도에선 유권자들이 자신의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소수정당은 뽑지 않게 되면서 양당제가 형성된다.

    현재 국내 선거제도에선 대통령을 중심으로 양당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행정부가 입법발의를 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지다보니 여대야소 국회에서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문우진 아주대 교수는 2013년 발표한 '한국 대통령 권한과 행정부 의제설정 및 입법결과' 논문에서 "(여대야소의 경우) 행정부가 다수당의 지도부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행정부는 의회의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며 "의회제가 양당제와 결합하면 다수에 의한 권력집중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배경은 '분권'

    여야 5당 원내대표가 2018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된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분권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여야 원내대표 5명이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합의한 내용엔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포함돼 있다.

    애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은 대통령의 독재를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대통령 '분권'을 위한 초석으로 논의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게 돼 다당제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개선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당의 수를 늘려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막을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다.

    강원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에 너무 많은 권한이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적절한 다당제 구도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세계 선진국이 비례대표 폐지?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왜 비례대표제 폐지를 원할까?

    나 원대대표는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대신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먼저 전세계 선진국들이 비례대표제를 폐지한다는 것부터 사실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6곳 중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단순다수제로 의회를 구성하는 영미권 4개 국가(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프랑스까지 5국가뿐이다.

    나머지 31개 국가는 모두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거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부분적으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단순다수제만을 시행하는 국가에서도 표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도 하다.

    (사진=VotePRBC 누리집(voteprbc.ca) 화면 캡쳐)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지방선거 당시 'VotePRBC'라는 시민단체가 조직돼 비례대표제 도입 캠페인을 벌인바 있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직접 국회의원을 뽑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제 안에서도 '개방형 정당 명부제'를 통해 유권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후보자를 뽑을 수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작성한 '국회의원 비례대표선거 개방형 명부제의 특징과 시사점'에서 "비례의석의 규모를 비례성 제고와 개방형 명부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결국 정당공천의 불신에 기인한 것이라면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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