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여야 의원들이 극한 대립을 하며 파행을 겪었다.) 윤창원기자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
얼핏 보면 청와대나 여당 쪽에서 나온 말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의 말이다.
바로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2015년 언론 기고문의 제목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운운 하고 있다. 한미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남북 경제교류를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지적했고, 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하는 등 비판 수위를 한껏 올렸던 나 원내대표.
그러나 2015년 7월 23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는 지금의 입장과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 기본적인 대북정책의 기조였다.
나경원 대표가 2015년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 (사진=중앙일보 캡처)
나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기고한 글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지금의 북한정권이 발걸음을 맞추기엔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가 먼저 적극적인 제안으로 북한의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알마 전 한국을 방문한 장더장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잘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조금의 변화라도 만들어가는 것. 그런 점직적 변화가 통일로 가는 작지만 큰 행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지난 70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며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이나 남-북 FTA 체결 등 획기적인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 원내대표는 "남북이 함께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금강산과 태백산을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상호간 접촉과 이해의 면을 넓혀가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남북 교류협력의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던 경험을 회고하면서 "아무에게나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 것도 감동이었지만, 그 깊고 너른 품에 우리의 아픈 역사가 모두 녹아 있는 것만 같아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며 감상평을 내놓기도 했다.
4년 전 기고문에서 통일을 염원하며 대북지원을 강조했던 당시 나경원 외통위원장과 지난 12일 '종북', "김정은 수석대변인' 등 거친 언사로 논란을 만들었던 나 원내대표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주자'고 했던 나 원내대표의 입장이 돌변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이 질문에 답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