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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가 본 '미성년', 그리고 연기하며 위로받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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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정아가 본 '미성년', 그리고 연기하며 위로받았던 순간

    [노컷 인터뷰] '미성년' 영주 역 염정아 ②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염정아를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미성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염정아는 데뷔 후 이렇다 할 긴 공백 없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감수성이 풍부한 주부 수현 역을 맡은 영화 '완벽한 타인'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흥행도 잘 됐다. 상위 0.1%들의 어마어마한 교육열을 블랙코미디 적으로 그린 JTBC 'SKY 캐슬'에선 이기적이지만 왠지 연민이 생기는 한서진 역을 맡았다.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SKY 캐슬' 종영과 맞물려 개봉한 영화 '뺑반'에선 염정아의 또 다른 얼굴이 나왔다. 조직 안에서 어떻게 생존할지 궁리하고 이를 위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 경찰 윤지현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미성년'에선 인내하고 감정을 절제하지만, 결코 나약하지만은 않은 여자 영주를 연기했다. 염정아는 이렇게 쉴 틈 없이 드라마와 영화로 대중을 만나는 중이다.

    얼굴 근육 하나, 손끝 하나까지 연기한다는 찬사를 들었던 'SKY 캐슬' 이후, 염정아에게 생긴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예전보다 작품이 더 많이, 다양하게 들어온다. 적극적인 팬들도 생겼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며, 작품을 현재 상영 중이거나 방송 중일 경우 자발적으로 n차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 등 외부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염정아를 만났다. 이미 여러 인터뷰에서 팬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텐데도, 팬들 이야기가 나오면 흐뭇하고 고마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좋아하는 걸 표현해주는 게 고맙"고, "든든하고 내 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결말에 대해 충격적이거나 엽기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저도 보고 되게 충격적이었다. 시나리오 보고 '뭐지?' 했다. 근데 원래 쓰여져 있던 대로 다 찍으셨으니까, 이렇게 찍는다는 걸 알았다. 주리(김혜준 분)와 윤아(박세진 분)가 동생을 기억하는 방법이 이렇구나, 하고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무언가 의리를 지키는 건 쟤네(주리-윤아)밖에 없다. 이 남자(대원)는 당연히 의리가 없고, 미희도 그렇고. 영주는 모르겠다. 너무 당한 사람이어서… (웃음) 영주도 실수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의리를 지키려고는 했던 것 같다.

    ▶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혹시 영주의 '그 후'를 생각해 봤는지.

    인터뷰 때 많이들 물어보시더라. 영주가 택시비 내 주고 병원 가자고 했을 때 '그냥 저렇게 사려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리가 더 이상 '난 아빠 딸 안 해' 이러니 그것도 큰 문제다. 주리가 더 튕겨져 나갈 테니.

    ▶ 대원은 불륜을 저지른 캐릭터의 평균보다 더 소심하게 그려진 것 같다. 몹시 회피적이고.

    아무도 모를 줄 안 거다. 영원할 비밀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눈에 다 보이는데, 애들한테도 몸이 다 보이는데 얼굴만 돌려서 도망가지 않나. 정말 웃기다. (웃음)

    ▶ '미성년'은 대원을 제외하고 주요 인물이 다 여성이다. 이런 작품이 흔치 않은데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제가 그런 작품을 좀 자주 했던 것 같다. 'SKY 캐슬'도 그랬고. 재밌었다, 다.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감독 첫 데뷔작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미성년' 제작보고회 당시 모습. 아랫줄 왼쪽부터 배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김윤석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같이 연기한 배우들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혜준이하고 세진이야 뭐 그냥, 주리랑 윤아다. 이미 그렇게 딱 돼서 온 애들이었다. 감독님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주리랑 윤아로 연습했으니까. 현장에서도 혜준이, 세진이라고 하기보다 주리, 윤아라고 불렀다.

    소진 씨는 두 씬밖에 안 붙었지만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밥도 같이 먹고 시간을 많이 보냈고 연락도 자주 했다. 굉장히 많이 좋아하는 후배가 되었다. 되게 궁금한 사람이었는데 역시 잘하더라. 소진이는 지금도 언니라고 안 부르고 '선배님, 선배님' 이렇게 부른다. 많이 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웃음)

    ▶ '감독' 김윤석은 현장에서 어땠나.

    너무 훌륭한 현장의 디렉터다. 원래 모니터 앞에 항상 앉아있던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신인 감독님인데 어쩜 저렇게 여유 있게 현장을! (웃음) 그러면서 연기도 하셔서 되게 신기했다. 되게 힘드셨을 거다. 잘못하면 다시 찍고, 연기하고 나서는 막 뛰어가서 모니터 보고 하니까. (웃음)

    ▶ 제작보고회나 언론 시사회 때 배우들이 김윤석 감독의 '섬세함'에 대해 자주 언급한 게 인상적이었다. 어디서 그런 점을 느꼈는지 설명 부탁한다.

    그런 게 몇 번 있었다. (영주가) 픽하고 웃는 장면이 제일 띵했던 장면이다. 주리가 '아빠가 도망갔어' 하면서 (제 뒤에서) 울고 있을 때 저도 표정을 지어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일반적인 경우를 상상했다. 남편이 그렇게 도망가서 애한테 창피하니 한숨이 계속 나더라. 그렇게 난감하면서도 화나는 감정으로 잡았는데 감독님이 헛웃음을 한 번 해 보라고 하더라. 그때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지?' 싶었다. 머리가 띵~했다. 픽 하고 웃는 그것 하나로 이 여자가 이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감독님은) 놓치지 않고 전체를 보고 있었다.

    ▶ 언론 시사회 후 '미성년' 평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평이 좋다. 재미있다는 반응도 많다.

    지금 너무 좋다. 어제(3일)부터 인터뷰 계속하고 있는데 정말 다들 너무 영화를 잘 봤다고 하셨다. 정말 재밌다고 얘기해주셔서 완전 신났다. (웃음)

    ▶ 혹시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아, 이거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나.

    희원 씨, 희준 씨, 이정은 선배 나온 장면. 책으로 읽었을 때보다 다들 그 씬을 다 살려줬다. 불륜남-불륜녀 커플도 그렇고. (웃음) 방파제 장면 그거 진짜 웃겼다. (웃음)

    왼쪽부터 JTBC 'SKY 캐슬' 한서진 역, 영화 '어쩌다 결혼' 천여사 역, '뺑반' 윤지현 역 (사진=각 제작사 제공)

     

    ▶ 김윤석 감독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많았던 것 같다.

    근데 감독님이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를 나눠보면 되게 위트가 넘친다. 우리가 너무 영화를 통해서 진지한 모습만 많이 봤고, 저도 사실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시나리오 보고)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셔? 이걸 연출하신다고?' 했으니. 재미있고 완전 섬세하시다. 다음 작품도 너무 기대된다.

    ▶ '미성년'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미성년'은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다를 거다. 되게 깜짝 놀랄 정도로.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하실까 봐 그게 걱정이다. 무거운 영화가 아니고 블랙코미디 적인 요소가 있다.

    ▶ 영화 '카트'를 보고 나서 배우 염정아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본인에게도 남다른 작품일 것 같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께서 보내주셨는데 시놉(시스) 읽고 '나한테 왔다고?' 했다. 나의 어떤 모습을 보셨지? 하고 궁금하면서도 너무 해 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힘들다, 찍는 내내 고민도 너무 많이 하고. 그렇지만 작품이 잘 나왔다. 좋은 작품이었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스스로 위로받은 적이 있나.

    잘 만든 작품에서 연기하면 매번 저도 위로받는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지만 그런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그 자체, 많은 분들이 보고 좋아해주신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흥행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작품이 인정받는 걸 말하는 거다.

    ▶ 'SKY 캐슬' 종영 인터뷰 때 배우 염정아를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전작을 추천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카트', '오래된 정원', '장화, 홍련', '로열패밀리', '여선생 대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을 추천했다. 그때가 초급이었다면 이제 중급 편으로 추천해 보면 어떨까.

    '내 사랑 나비부인'도 있고, '내 이웃의 아내'가 있고, '장산범'도 있고, 또 뭐 있나? '소년, 천국에 가다'라는 영화도 있다. 되게 판타지가 있는 영화인데, 저랑 박해일 씨가 같이했던 영화다. 그 영화도 되게 좋아했다.

    ▶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어쩌다 결혼'에도 출연했는데, 이런 쪽에도 관심이 있나.

    기회가 있으면 하는 거다. 그전에도 초단편영화제에 참여했었다. (김)서형 씨도 하고 저도 했고. 배성우 씨랑 같이한 작품이 있다. 제목이 '사랑의 묘약'이다. 유튜브에 치면 바로 나온다. 되게 짧다. 5분인가? 9분이란다. 굉장히 재치 있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것도 추천하고 싶다.

    ▶ 차기작 '시동'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웹툰 원작이다. 이번 주 일요일(7일)에 첫 촬영 한다. 영화가 너무 귀엽다. 청춘들의 이야기다. 박정민 씨, 정해인 씨가 두 청춘으로 나오고 마동석 씨가 나온다. 저는 전직 배구선수 출신이고 박정민 씨 엄마 역할이다. 캐릭터가 너무 재밌다. 많은 분들이 (웹툰 때부터) 이 이야기를 알고 있더라. (장르는) 드라마인데 밝다. '시동'에서의 엄마는 아들내미 때문에 걱정이 많아도 영화 톤 자체는 밝을 거다. (웃음)

    배우 염정아 (사진=쇼박스 제공)

     

    ▶ 다른 작품도 계속 보고 있나.

    전에 비해 많은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관계로 (웃음) 아직 결정은 못 했다.

    ▶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두루 보고 있는지.

    네. 요새 많이 달라졌다.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시도하는 것 같다. 드라마는 이미 그러고 있는 거 같고 영화도 이제 책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내년쯤이면 (변화된) 책이 나올 것 같다.

    ▶ 이제 엄마 아닌 다른 역할도 다양하게 들어오는 편인가.

    네, 좋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니까.

    ▶ 'SKY 캐슬' 이후 열광적인 팬들이 생겼다. 기분이 어떤가.

    든든하고 내 편인 것 같다. 그렇게 젊은 팬들이 생겼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좋아해주고 표현해주고 그런 게 고맙기도 하다. 아, 최근엔 '무릎팍도사' 많이 봤다고 들었다. 정말로 절 잘 몰랐던 세대들은 '전우치' 그 배우가 저인지 몰랐다고 하더라.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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