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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치된 '이웃집 괴물'에 의한 희생, 더이상 되풀이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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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방치된 '이웃집 괴물'에 의한 희생, 더이상 되풀이는 안 된다

    [구성수 칼럼]

    (사진=연합뉴스)

     

    그것은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새벽에 울린 화재경보음과 "불이야"라는 외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 황급히 아파트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주민들을 막아선 채 무자비하게 양손에 든 흉기를 휘둘렀다.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갑작스런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희생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괴물은 자기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나와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주민들을 끌어내기 위해 복도 파이프 배관을 흉기로 두드려 소리를 내거나 "불이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흉기의 공격대상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뛰어 내려오는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졌다.

    그렇지만 희생자는 모두 여성과 노인, 장애인 등 약자들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그 중에는 12세의 초등학생과 장래 복지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던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가 있는 19세 여고생도 있었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성들은 공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한 결과다.

    정말 놀랍고 끔찍한 일이다.

    화재를 피해 황급히 내려가다가 누가 그런 괴물을 만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괴물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15분간 흉기까지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한 끝에 붙잡혔다.

    괴물은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2010년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한 달간 정밀 정신감정을 받고 나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2015년부터 1년 반 동안 진주의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는 어떤 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직장도 없고 일부 가족 외에는 연락을 끊고 외톨이로 지내 치료를 권하거나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괴물은 이전부터 이웃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진주아파트 방화범, 과거 위층에 오물 투척 모습. (사진=연합뉴스)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며 아무도 없는 윗집에 가서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지르고 오물을 뿌렸다.

    윗집에 사는 숨진 장애 여고생에 대해서는 상습적으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기까지 해 이 집 앞에 폐쇄회로 TV까지 설치됐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괴물의 행패·폭행에 대해 경찰과 동사무소, LH공사 등에 여러 차례 신고하거나 민원을 넣었지만 괴물은 한 차례 폭행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괴물의 행동을 정신병력과 연결시켜 정신병원 전문가와 연결시키거나 강제입원시키는 등의 조치는 전혀 없었다.

    희생자 유족들이 이번 참사를 인재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조현병은 약을 먹고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괴물은 최근 3년 동안 치료가 중단된 채 방치된 상태에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외톨이로 지내면서 피해망상을 더 키워오면서 괴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들은 방치된 괴물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많은 국민들은 그들이 당한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면서 그것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숱한 사건과 그에 따라 많은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웃주민들이 그렇게 신고하고 호소해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현실이 이번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들은 자신도 언제 어디서 이번 참사에서와 같은 괴물과 맞닥뜨릴지 알 수 없는 심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이웃을 계속 불안감 속에서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돌아보게 한다.

    방치된 괴물에 의한 희생이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이번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하늘의 위로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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