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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8개의 계단 앞에서



칼럼

    [칼럼] 28개의 계단 앞에서

    문영기 칼럼

     

    예수가 빌라도에게 사형선고를 받을 때 올랐다는 '성 계단'이 3백년 만에 나무 덮개를 벗은 모습으로 개방됐다.

    로마에 기독교를 허용한 콘스탄티누스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옮겨 왔다는 이 계단은 28개의 대리석으로 이뤄져있다.

    2천년의 세월동안 이 계단은 예수의 고통과 부활을 묵상하고 공감하려는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순례자들은 이 계단을 서서 오르지 않고 무릎과 손으로 기어올랐다고 한다.

    이 계단이 실제로 예수가 올랐던 계단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예수의 고통스러운 죽음과 부활을 이어주는 상징물과 같은 이 계단 앞에서 이뤄진 참회와 고백이 더 의미 있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20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성 금요일이다. 일명 '파스카'라고 불리는 유월절을 기념하는 주간이기도 하다.

    (죽음을) 뛰어넘었다는 뜻을 가진 유월절(踰月節)은 유대인과 기독교인 모두에게 모두 가장 큰 명절이자, 신앙의 기준이다.

    유대인들에게는 해방과 자유의 상징이고,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했다는 의미를 지닌 기독교 교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유월절과 부활절, 그리고 성 금요일을 맞아 다시 개방된 28개의 계단 앞에서 우리는 어떤 참회를 해야 할지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바울' 스틸컷(사진=CBS시네마 제공)

     

    한국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구는 극우보수 집회에 참석해 막말과 욕설을 해대는 목사가 대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남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논문 표절 논란에 이어, 학력 시비가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고, 역시 개신교를 대표하는 어떤 대형교회는 세습논란에 휩싸였다.

    여성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목사가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목회를 이어가고,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에서는 십 년째 감독자리를 두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과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 그 힘든 짐을 내려놓고 위로와 위안을 찾을 수 있는 피난처인가.

    교회의 모습에 실망해 교회에 '안나가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이른 바 '가나안'성도들이 백만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현실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자화상이다.

    예수가 죽기 위해 오르던 그 28개의 계단과 그가 죽어 간 십자가 앞에 다시 서야 할 때가 아닌가.

    그리고 그의 죽음과 부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참회하고 묵상할 시간이 아닌가.

    또한 우리가 진정으로 뛰어 넘어야(pass over) 할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되는 성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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