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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더 뱅커' 부진, 문제는 '때깔'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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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더 뱅커' 부진, 문제는 '때깔'만이 아니다

    느슨한 연출, 명료하지 않은 캐릭터, 내러티브 아쉬워
    시청자 끌어들일 수 있는 흡입력 필요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 포스터 (사진=MBC 제공)

     

    MBC의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드라마 '더 뱅커'(연출 이재진, 극본 서은정·오혜란·배상욱)가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기대만큼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는 연출과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와 내러티브가 지적됐다.

    MBC 드라마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가 뜻밖에 본점의 감사로 승진해 '능력치 만렙'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금융 오피스 수사극이다. 금융 드라마의 탈을 쓴 정치 드라마를 표방하며, 은행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권력을 둘러싼 조직 내 인간 군상을 담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방송 전부터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 등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CJ ENM이 제공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 조사 결과(4월 8일~4월 14일 집계) 중 '화제 되는 프로그램 TOP50' (사진=CJ ENM 제공)

     

    '더 뱅커'(총 36부작)는 이제 절반 가까이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반등의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 뱅커'는 지난 18일 15, 16회 방송에서 시청률 2.6%, 3%(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에 방송된 KBS '닥터 프리즈너'(12.3%-14.7%)와도 큰 차이로 벌어졌으며, SBS '빅이슈'(2.6%-2.8%)와는 격차가 좁혀졌다. 앞서 방송을 시작한 '닥터 프리즈너'가 시청률을 선점하며 후발 주자로서 좀처럼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CJ ENM이 제공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Content Power Index) 조사 결과(4월 8일~4월 14일 집계) '더 뱅커'는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TOP50' 34위, '관심 높은 프로그램 TOP50' 26위, '화제 되는 프로그램 TOP50' 42위였다. CPI는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소비자 행동 기반 콘텐츠 영향력 측정 모델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화제 정도를 반영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다.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실시한 TV화제성 분석 결과(4월 2주차 드라마 순위) 중 ‘드라마 TV 화제성 TOP10’ (사진=굿데이터 코퍼레이션 제공)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총 30개 채널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TV화제성 분석 결과(4월 2주차 드라마 순위) '드라마 TV 화제성 TOP10'에서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TV화제성은 각 프로그램 방송 후 1주일 동안 온라인 뉴스, 블로그, 커뮤니티, 트위터, 동영상에서 나타난 누리꾼 반응을 조사해 지수화하고 분석해 평가를 진단하는 것이다.

    ◇ 중요한 건 캐릭터와 사건 전개, 이를 풀어나가는 연출

    이처럼 시청률과 화제성 부분에서 '더 뱅커'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대보다 성적이 낮은 이유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드라마의 '영상미', 이른바 '때깔'에서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정말 '더 뱅커'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때깔'에만 있을까. 평론가들은 '때깔'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먼저 소위 말하는 '잘 만든 드라마', 시청자를 불러들이는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를 말하는 것일까.

    드라마평론가이기도 한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작품을 기획하고 쓰고 연출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담보된다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배우의 연기력은 특정 드라마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이고,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느냐, 이런 것들이 시청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 포스터 (사진=MBC 제공)

     

    그렇다면 '더 뱅커'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드라마가 되려면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 걸까. 중요한 건 캐릭터와 사건 전개, 그리고 이를 명확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는 연출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상미라는 건 미장센인데, 시청자는 드라마에 영화만큼 미장센을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사건 전개인데, '더 뱅커'는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힘이 빠져 있다"라며 "그런 게 사실 연출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연출자가 딱 보고 어떤 톤으로 가져가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파악하고 나아가야 한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풀어갈 것인가는 다르다. 연출자가 이런 부분을 잘 결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더 뱅커'는 사실 연출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다. 은행 내부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를 다뤄야 하는 건데, 이를 영상으로 어떻게 전달한 것인가는 굉장한 감각을 가지고 해야 한다"라며 "'하얀 거탑'은 병원이라는 무대 속에서 권력과 인간 군상을 다뤘는데, 일련의 음악과 장면 연출이 시청자를 집중하게 했다. 이는 연출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갖는 극적 긴장감을 살리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다 명확하게 풀어내며 흡입력 있는 전개가 필요하다는 점은 거듭 이야기된다.

    드라마 PD 출신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대본에서 기본적으로 갈등을 만들어주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그게 없으면 시청자는 궁금증을 갖지 않는다. 긴장감 없는 대본이 나오면 연기자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그 다음이 연출이다. 대본에 있는 긴장감을 인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본의 대사, 단어를 영상이라는 기호로 인상적으로 표현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대사톤이 늘어지듯이 연출이 느슨하다. 연출자가 대본보다 더 긴장감을 살려서 그려내면 좋을 텐데 그게 안 이뤄지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윤석진 교수는 "화면이나 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16회까지 방송됐음에도 캐릭터가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 드라마가 절반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사건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라며 "우리가 몰랐던 은행에 대해 알려주므로 궁금증은 생긴다.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극적 재미는 약하다. 결국 캐릭터와 내러티브, 플롯의 문제다. 드라마가 풀리려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캐릭터나 에피소드, 구조적인 부분에서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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